[한국스포츠경제 채준]

▲ 롯데월드타워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권 입찰 신청이 4일 마감된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의 유통 공룡들이 대거 참여해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또 한 번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특허는 서울 4곳을 비롯해 부산·강원 평창 지역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된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 3곳이 대기업 몫이다.

이번 입찰은 관세청이 현행 5년인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갱신도 허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다. 대기업 3곳을 선정하는 이번 신규면세점 특허전에는 호텔롯데·SK네트웍스·HDC신라면세점·신세계·현대백화점 등 5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관세청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지실사와 사업계획서 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는 심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전까지 심사결과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심사를 거쳐 4개 면세점이 추가되면, 내년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모두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편 서울 시내 면세점 평가는 총점 1,000점으로 경영능력(300점)과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 다섯 가지다.

 

 

▲롯데 또다시 공공의적

후보지, 롯데월드타워점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6월 특허만료로 개점 27년 만에 문을 닫았다. 롯데는 이번에 신규 특허를 통해 부활에 도전한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연매출 6,000억원대로 국내 면세점 단일매장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롯데는 월드타워점이 123층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와 롯데월드·백화점 등 쇼핑·문화 콘텐츠를 갖춰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세계적인 면세점 사업자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강남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강남관광벨트 조성 계획’ 등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롯데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롯데의 적은 내부에 그것도 그룹 최상부에 있었다. 일명 오너리스크로 인해 여론은 롯데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롯데는 면세점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75)을 최근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사임시키는 등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는 않는다. 업계 관계자 A는  "관세청 입장에서도 형제의 난과 검찰수사를 받은 롯데를 당장 올해 낙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 B는 "여론을 중시하는 관세청의 성향을 반영한다면 롯데는 내년에 나오는 코엑스점을 낙점 받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강남진출,  HDC신라면세점

후보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HDC신라면세점이 강남 공략에 나섰다. 특허 획득에 성공하면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이어 강남지역에 '2호점'을 열게 된다. 사업후보지가 위치한 삼성동은 코엑스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기획하고 있는 곳이라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다. 특히 호텔신라는 특허를 얻게 되면 장충동에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 서울점까지 더해 서울에서만 총 3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롯데와 확실한 양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뿐더러  리그 1위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강북에 있던 면세점이 단체 관광객들을 노린 대형 면세점이라면 강남에 선보일 신규 면세점은 개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다”며 “2022년 해당 부지 인근에 현대차 신사옥이 들어설 예정이고, 영동대교 일대부터 잠실 운동장까지 서울시가 컨벤션 단지로 재개발을 계획하고 있어 젊은 세대들이 즐길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도 고민은 있다. 아직 용산 점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고민이 더 크다. 올 상반기 매출이 1조6,684억원으로 전년보다 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42.4%나 급감했다. 자칫 과감한 투자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을 여전히 낙점 1순위로 보고 있다.

 

▲새로운 강자 신세계

 후보지, 센트럴시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찌감치 면세점 추가 진출 의사를 밝혔다. 가장 적극적인 신세계는 센트럴시티를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른바 강남벨트 전략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하남-코엑스몰-센트럴시티를 통해 신세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9월 스타필드하남을 개장했고 7월에는 코엑스몰 운영권을 이미 확보했다.

신세계는 면세점이 들어설 센트럴시티를 신세계의 역량을 모은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대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명동권과 차별화되는 문화 예술 관광 허브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신세계면세점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한 검증된 면세사업자”라며 “센트럴시티에서도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새로운 면세점을 또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 신세계, 현대, HDC신라 모두 강남에 위치한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복귀 노리는 SK

후보지 워커힐

SK는 지난 6월 문 닫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면세점의 사업권을 되찾기 위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앞세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에 몰린 다른 후보들과 달리 강 건너 동쪽에 자리 잡은 점은 강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카지노와 함께 숙박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지난해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특허전에 임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호텔부터 미식, 카지노와 휴양이 하나로 합쳐진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을 꾸미는 것이 목표”라며 “주변 교통이 혼잡하지 않고 대형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 교통 대란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뉴페이스 현대

후보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유통 빅3 중 현대는 유일하게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교통 입지가 뛰어난 현대백화점 강남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입지로 결정했다.

이 지역은 국내 MICE 산업(회의·인센티브관광·컨벤션 등)의 거점인 코엑스몰, 도심공항터미널과 가깝다는 것이 강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협상력과 매장구성 능력을 내세워 면세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특허전을 앞두고 면세사업법인인 현대면세점도 만들었다.

현대면세점 측은 "지난해 7월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이후 1년여간 면세점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준비해왔다"며 총력전을 펼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이 후보지로 선정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와 불과 1km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은 최대 약점이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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