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통과정서 상온에 노출…백신 전량 폐기 가능성 대두
질병관리청은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정부가 22일부터 진행될 계획이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계획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유통과정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예방접종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백신 공급업체가 냉장차로 지역별로 백신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본다"며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900만명을 대상으로 국가무료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조달계약을 통해 1259만도즈(1회 접종분)를 공급받기로 했는다. 현재 약 500만도즈가 공급됐고, 이 가운데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접종은 이뤄지지 않았다.

 

적정 온도 2~8도임에도 상온서 노출

현재 문제가 된 백신은 지난 8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어린이 2회 접종 백신'과는 별도의 공급체계로 공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콜드체인 과정을 통해 유통한다. 이를 위해 냉장차량을 이용하는데 지역에서 차량에서 차량으로 백신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 시간은 아직 조사 중이다

정 청장은 "현재 문제가 제기된 백신은 유통하는 과정상의 문제 즉, 냉장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된 것으로 제조상의 문제 또는 제조사의 백신 생산상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에서 적절한 ‘저온’의 기준은 2~8도”라며 “그 이상 상온에 노출되면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문은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 감소”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효과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도 있어 전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일시 중단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전량 폐기 가능성놓고 고심

정부는 백신 전량 폐기 가능성에 대해 유통과정 조사와 품질시험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문제가 된 물량에 대한 최종 품질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백신 접종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식약처의 안전성 검증에는 약 2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청장은 "품질검증에는 길게 잡아 2주 정도를 잡고 있다. 그 이전에 검사나 검토가 진행이 되면 판단을 하도록 하겠다"며 "독감백신은 현재까지 11만8000명 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상온에 노출된 독감백신 폐기 여부는 백신 안전성 확인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13∼18세 대상 물량이다. /연합뉴스

올해 백신 접종계획 차질 '불가피'

다만 검증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이번 물량을 폐기해야 할 경우 올해 접종 계획은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를 대폭 확대해왔다.

올해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900만명이다.

보건당국은 22일부터 18세 이하 소아·청소년(2002년 1월 1일∼2020년 8월 31일 출생아)과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3∼18세 대상 물량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발견되자 접종을 전격 중단하게 됐다.

정 청장은 "매년 예방접종을 10월 한 중순경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는 접종 대상자가 확대됨에 따라 다른 해보다 한 달가량 예방접종을 일찍 시작한 측면이 있다"며 "62세 이상 접종일정은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이 될 수 있게끔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1100만명분의 유료접종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료접종 물량은 민간개별 의료기관이 도매상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유료접종 백신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며 "해당 물량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백신 유통관리에 실패한 도매업체에 업무정지와 벌칙 처분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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