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브랜드 3곳에서 제품을 구입했다./강한빛 기자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오늘 저녁 기대해도 좋아” 가족 메신저 방에 호언장담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장 볼 시간은 있고?”, “또 맛없기만 해봐” 가족들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준비되고 보장된 맛, 밀키트의 도움을 받아 저녁상을 차리기로 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400억 원 규모로, 2024년에는 17배 커진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밀키트(meal kit)는 식사(meal) 키트(kit)의 합성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에 양념, 조리법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코로나19로 외식보다 내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한식부터 양식까지 간편하게 조리해 즐길 수 있어 갈수록 인기가 늘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 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프레시지, CJ제일제당의 ‘쿡킷’, 한국야쿠르트 등 3개사의 밀키트를 주문했다. 다양한 요리를 조리하기 위해 '프레시지'에서 소고기 버섯 잡채(2인분·1만900원), CJ제일제당 ‘쿡킷’에선 맥적구이(3인분·2만2800원),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을 통해 우삼겹된장찌개(2~3인분·1만2000원)를 주문했다. 모두 배송 날짜 지정이 가능했고, 22일에 받아 보기로 했다.

22일이 되자 하나둘씩 밀키트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특이했던 건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의 경우 택배회사 기사가 아닌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가 직접 집 앞까지 배송한다는 점이었다. “야쿠르트 아줌마예요~”라는 전화와 함께 제품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이후 쿡킷, 마지막으로 프레시지 밀키트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했다.

프레시지 밀키트로 만들어본 잡채. 잔치집 요리가 15분 안에 뚝딱 만들어졌다/강한빛 기자

선물보따리 같은 구성... 15분이면 ‘뚝딱’ 완성

가장 먼저 ‘잇츠온’의 우삼겹된장찌개를 조리했다. 난이도는 별 5개 만점에 2개로 ‘쉬워요’ 단계다. 예상 조리 시간은 15분.

조리법대로 냄비에 물을 붓고 구성물 중 하나인 다시다 팩을 넣고 끓이다 된장소스와 준비된 야채와 고기를 넣었다. 이 과정 중 조리 도구의 존재가 희미해진다. 포장된 식재료를 개봉해 넣기만 하면 요리가 된다. 유일하게 도마와 칼을 꺼낸 순간이 있다면 된장찌개에 들어갈 두부나 야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때였다. 5분 남짓 보글보글 끓이다 화룡점정으로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넣었다.

요리에 자신감이 붙자 이어 ‘쿡킷’의 맥적구이에 도전했다. 쿡킷은 CJ제일제당이 지난해 4월 선보인 브랜드다. 밀키트 구성 중 가장 놀랐던 건 돼지목살의 두께였다. 속 재료 구성이 부실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신선한 재료는 물론 넉넉한 양이었다.

이 역시 예상 조리시간은 15분에 난이도는 중이다. 오목한 그릇에 돼지목살을 넣고 포장된 소스, 다진마늘을 넣었다. 10분의 숙성 시간 동안 채소를 씻고 후라이팬을 예열했다. 굽기만 하면 요리가 완성된다. 세 요리 중 조리방법은 가장 쉬웠지만 맛에선 가장 맘에 들었다. 쿡킷은 매달 8개의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에 따라 추가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등 무엇보다 ‘맛’에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레시지의 잡채를 만들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밀키트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역시 요리 시간은 15분 난이도는 별 5개 만점에 2개로 쉬운 수준이다. 삶은 면과 재료를 볶아 섞기만 하면 된다. 특별한 날에만 먹던 잡채가 15분 안에 뚝딱, 내 손에서 완성됐다.

완성된 요리. (왼쪽부터)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의 우삼겹된장찌개, CJ제일제당 ‘쿡킷’ 맥적구이, '프레시지'의 소고기 버섯 잡채/강한빛 기자

환경보호 노력하고 있지만 쓰레기 발생↑... “경쟁력 확보가 중요”

밀키트 첫 도전기 소감은 ‘매우 만족’이다. 준비된 재료로 간편하게 완성도 놓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단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분 전환에도, 가족에게 생색을 내기에도 좋다.

하지만 흡족한 식사를 끝내고 나니 쓰레기가 눈에 밟혔다. 음식물 쓰레기 걱정은 없었지만 소스를 담은 비닐류, 플라스틱 쓰레기는 3사 모두 해결할 과제처럼 보였다.

물론 환경보호에 모두 노력하고 있다. 잇츠온은 100% 물과 종이, 산화 생분해성 필름을 사용한 아이스팩, 쿡킥은 환경에 무해한 물을 담은 아이스팩을, 프레시지 역시 친환경 종이 아이스팩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이다. 하지만 내용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 재료가 소포장 돼있어 재료 양만큼 포장 비닐 사용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흡족한 식사 후 남겨진 쓰레기. 각 사 모두 친환경 패키지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풀어야할 과제는 남아 있었다/강한빛 기자

제품 경쟁력 확보와 환경보호에 주목하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 중 하나인 SPC삼립은 지난달 말 밀키트 기업 '푸드어셈블'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밀키트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웰스토리도 지난 6월 프레시지와 밀키트 상품 공급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최근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해 출시하며 경쟁력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며 "변화가 빠른 식품업계에서 빠른 시간에 신규 제품들을 선보이며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늘 새로운 메뉴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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