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왼쪽)과 김광현이 25일 나란히 승리를 수확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더블케이'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5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 동반 승리를 챙기며 함께 웃었다. 류현진과 김광현 이전 한국인 투수가 동반 승리를 거둔 건 2008년 8월25일(이하 한국시각)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 이후 15년 만이다.

류현진이 25일 양키스와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5승을 수확했다. 연합뉴스

류현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소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25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살렌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2020시즌 토론토 투수 최초이자 자신의 첫 7이닝 투구를 했다. 시즌 7번째 퀄리티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이자 시즌 첫 번째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피칭(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을 한 류현진은 올 시즌 토론토 투수 중 유일한 7이닝 이상을 책임진 투수로 자리했다. 7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5안타 4탈삼진 볼넷 2개, 무실점 호투를 펼친 류현진은 토론토의 4-1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3.00에서 2.69로 낮춘 류현진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성적은 5승2패다. 

류현진은 지긋지긋했던 양키스전 악몽을 털어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양키스 상대로 3차례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80으로 부진했다. 특히 8일 경기에선 5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허용하며 5실점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올 시즌 최다 투구수인 100개를 채운 류현진은 스트라이크를 62개나 던지며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컷패스트볼을 31개, 체인지업을 29개, 포심패스트볼을 18개, 커브를 12개, 투심패스트볼을 10개 뿌렸다. 류현진의 이날 최고 구속은 91.6마일(시속 147.4km)다. 살아난 구속과 보드라인을 파고드는 제구 그리고 예리한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며 양키스 타선을 요리했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시즌 30승(27패) 고지를 밟은 토론토는 남은 3경기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류현진은 30일 '핫초이' 최지만(29)이 속한 탬파베이 레이스와 펼칠 와일드카드시리즈(3전 2선승제) 1차전 선발을 앞두고 있다. 류현진과 최지만의 가을야구 맞대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최지만은 1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주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최지만은 현재 조기 복귀를 위해 타격과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지만 치료에 최소 2주에서 3주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차전에서 류현진과 최지만이 격돌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류현진은 경기 후 "모든 선수가 책임감 있게 임해준 덕분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토론토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고, 나 또한 이기고 싶어 이 팀에 왔다"면서 "어린 선수들과 잘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팀에 중요한 날 내가 해내서 너무 좋다. 포스트시즌 시작 전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광현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김광현도 호투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을 내주며 1실점했다. 삼진은 3개를 빼앗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9k였다. 김광현은 팀이 3-1로 앞선 6회 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세인트루이스는 4-2로 승리했고, 김광현은 시즌 3승을 수확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김광현은 첫 시즌을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마감했다. 

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속출 등 악재로 정규리그 60경기 초단기 레이스로 펼쳐지는 올 시즌에서 60경기도 다 치르지 못하는 세인트루이스의 상황이 김광현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광현은 코로나19 여파만 아니었다면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할 만큼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규정이닝(60이닝)을 채우지 못해 신인왕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한 김광현이다. 하지만 30이닝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했다. 30이닝 기준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1.59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김광현의 뒤를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 세인 비버(1.63)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자 트레버 바우어(1.73), 코빈 번스(1.77), 토니 곤솔린(1.77)이 잇고 있다.  

김광현의 이날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김광현이 호투로 세인트루이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특히 김광현은 밀워키를 상대로 올 시즌 유독 강한 모습이다. 15일 밀워키 전에 선발로 나선 7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은 바 있다. 1승을 추가한 세인트루이스는 시즌 28승26패(승률 0.519)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 자리를 지켰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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