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무부, 제정안 지난 달 입법예고...남발·악용 가능성
한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부가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피해자도 함께 구제받는 '집단 소송제'를 전면 확대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특성상 하자로 인한 분쟁이 많고, 이에 따른 배상규모가 커 배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집단 소송제가 주가조작 등 증권 관련 분야에 한정됐을 뿐 다른 사안은 집단소송이 불가능했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지난 달 입법예고했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기존에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을 모든 산업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증권분야에만 집단소송이 가능했다. 법무부는 피해구제의 형평성을 위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사건이어야 하며, 만약 1~2명이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이 나오면 나머지 모든 피해자에게도 기판력(법의 효력)이 미쳐 배상을 해야 한다.

소비자 여러명이 단체로 소송을 냈을 때 언론이나 자료에서 '집단소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해선 '단체소송'이며 다른 방식이다. 단체소송은 집단소송과는 달리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보통 아파트 하자에 따른 입주민들의 소송도 여기에 해당된다.

건설업계는 벌써부터 집단소송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 건설 특성상 하자 분쟁이 많아 제조업과는 달리 소송이 빈발하고 배상 규모가 커 막대한 비용 소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토부 하자분쟁위의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이었다. 최근 5년간 ▲2015년 4246건 ▲2016년 3880건 ▲2017년 4089건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등이다.

지난해에는 총 하자 접수건수 4290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2010년 69건에서 비해 6117% 증가했다. 하자분쟁위가 법적 소송은 아니지만, 10%만 소송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연간 수백건이 넘는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 기업보다는 낫겠지만 아예 걱정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며 "아파트의 경우 마감재와 층간소음 등 분쟁 사안이 많은데다, 현재도 많은 소송이 걸려있는데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손실이 막대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악용하는 이른바 '기획소송'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소송이란 변호사 혹은 하자진단업체가 입주민들의 실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하자진단금액을 제시하고 소송으로 해당 금액을 전부 배상받을 수 있는 것처럼 부추겨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게 유리하게 제정된다. 원고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와 관련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피고 측에서 입증하도록 했다. 기획소송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기업입장에서 불리한 제도라 기획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대형 건설사야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중소 건설사의 경우 버티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하자로 인해 손해가 입증될 경우 배상 책임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점도 건설사에겐 악재다. 배상액은 손해액의 3∼5배 정도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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