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신 14주까지 허용
법무부, “여성의 자기 결정권 넓혀”
“당연한 법안” vs “살인 정당화”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입법을 예고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 정부 ‘낙태’ 관련 입법 예고안

정부가 7일 임신주수 수 14주까지의 낙태에 대해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임신 15주에서 24주 사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에 더해서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 낙태할 수 있게 했다.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올해 말까지 국회에 개선입법을 마련하라고 정했다. 이에 정부는 1년 6개월여 만에 개정안을 내놨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임신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나 성범죄에 따른 임신·근친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 위험이 있을 경우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임신 14주 이내에 특별한 사유 없이도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사실상 전면 허용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배우자 동의 조항은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요건에서 삭제됐다.

자연유산 유도 약물 등 약물에 의한 낙태도 허용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은 “임신 14주 무렵까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을 통해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 낙태에 대해서 국가가 생명 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한 건 아니라면서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입법 예고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낙태가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면이 있는 점이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라며 “헌재 결정 그대로 가면 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 15~22주 이내 제한적 허용이 돼야 한다. 24주까지로 규정했고, 기존 모자보건법과 비교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이 시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여성계 반발

여성계는 낙태죄 전면폐지,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을 각각 주장하며 강경대치하는 상황에 정부가 합리적으로 후속 입법을 하려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 모임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성명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처벌 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신 주 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하여 유추되는 것일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라며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인지가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도 정부의 이런 입법 개정에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낙태 허용 임신 주 수를 결정하면서 임부 건강이나 태아 상태 등 낙태 관련 전문 지식에 대한 논의나 반영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낙태를 금지하면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이었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을 위해 개정안을 낸 가운데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40일 동안 통합입법예고센터 등을 통해 의견 수렴 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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