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지난 8월에도 쌍용차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판매량 4,357대로 전체 10위. 경쟁모델인 QM3와 비교하면 4배, 트랙스와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쌍용차는 지난 9월 굳이 티볼리 2017년형을 냈다.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던 주행 보조 기능(ADAS) 옵션인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를 단돈 60만원에 제공한단다.

내수 침체로 9월 판매량은 4,056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10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충남 천안까지 시승을 한 후, ADAS 기능을 체험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시승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가 “이거 이렇게 팔아서 남길 수나 있을까”라고 했던 농담이 진짜 걱정으로 남았다. 

티볼리 2017년형은 우선 주행성능이 적절하다. 디젤모델 기준 1.6리터 i4엔진이 최고출력 113마력, 최대토크 30.6kgㆍm을 내는데 차체가 동급대비 가벼운 편이라 날랜 느낌을 준다. 코너링도 생각보다 안정적이어서 짐카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히 4륜 구동 모델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 ADAS 작동 버튼이 특이하게 센터페시아 쪽에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센터페시아나 핸들 스위치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쌍용차 중에는 내부 인테리어 마감이 깔끔하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는데 티볼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60만원짜리 ADAS,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다. 여기에는 전방추돌경보(FCWS), 긴급제동보조(AEBS), 차선이탈경보(LDWS), 차선유지보조(LKAS), 그리고 맞은편 차량 유무에 따라 상향등을 조정하는 스마트하이빔(HBA) 등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중대형급 차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특히 LKAS가 탁월했다. 아직 대부분 차에 장착된 LKAS는 차선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으로 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티볼리 LKAS는 운전대를 뺏은 것처럼 강하게 움직였다. 차가 차선 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급커브 수준으로 조향이 필요한 길이 아니라면 핸들 위에 손만 올려놓는 것으로도 안정적으로 달렸다. 어댑티드 크루즈컨트롤만 있으면 거의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싶을 정도다.

티볼리가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레이더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는 카메라를 사용해 전방을 확인하고 인공지능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ADAS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조만간 티볼리에는 수준 높은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까지 탑재, 저렴한 가격에 반 자율주행까지 가능케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전방추돌경보와 급제동이 너무 느리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불완전한 인공지능이 운전에 무리하게 개입하다가는 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이 인공지능이 긴급 상황 발생 상황에는 제동도 보조해준다. 60km/h 미만 속도에서다. 앞에 물체가 있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ㆍ차량 여부를 직접 판단해서 멈춘다. 작은 돌이나 가벼운 박스 등 불필요한 급제동으로 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직접 시연해본 결과는 놀라웠다. AEBS는 평범한 박스 앞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 형상을 한 인형과 차량 모양 박스 앞에서는 어김없이 급제동했다. 갓을 쓰거나 인형탈을 쓰고 있는 등 예외 경우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이지만, 보조 기능으로만 본다면 충분하다.

▲ 티볼리는 전방에 차와 사람이 있는 경우에만 제동 장치를 작동한다.

시승이 끝난 후 티볼리가 진짜로 못 남기는 차가 아닌가 생각부터 들었다. 2,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이 정도 성능, 이 정도 ADAS를 탑재한 차가 또 있을까.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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