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무너진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들/ 구독자 장민이 씨 제공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이 코로나19로 고객 감소와 온라인몰에 가격 경쟁력까지 뺏기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뷰티업계는 오프라인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매장은 지난해 말 598개에서 현재 551개로 줄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인 미샤 직영점은 400여 개, 가맹점은 200여 개로 지난해 대비 전체 50여 개 정도 줄어든 상태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521개에서 470개로, 토니모리는 517개가 487개로 줄어든었다. 2018년 말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매장은 1186개, 이니스프리 매장은 750개, 에뛰드 매장은 321개였으나 지금은 각각 880개, 546개, 170개만 남았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10대 소비자 유입과 K-뷰티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때 호황을 누렸다.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 시장이 침체한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위축됐다.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로 부진한 오프라인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강화를 이유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이 같은 작업이 고스란히 오프라인 가맹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상생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해 3월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는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타사 가맹점주와 함께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가맹점에서는 공급받기 어려운 제품이 온라인 전용관에 올라오며, 가맹점은 테스트 매장으로 변했고 동일한 제품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에 대한 제품 공급가는 일반적으로 제품 정가의 55%인데, 오픈마켓 등 온라인몰에서는 공급가보다도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권태용 미샤가맹점주협의회장은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왔다가 휴대전화로 온라인 가격을 검색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코로나19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가격 격차가 큰 것이 매출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 매장은 지난해 평균 월 매출이 1400만원이었지만, 올해 9월 매출은 120만원으로 떨어져 얼마 전 문을 닫았다"면서 "위약금 등을 물어내면서까지 폐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화장품 본사들은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을 위해 여러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가격 정책이 국감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자 지난 16일 최근 재고상품을 특별 환입하고 직영 온라인몰의 수입을 가맹점과 나누는 등 내용을 담아 총 6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 가맹본부와 아리따움 가맹점 협의체인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전경협) 및 전국 아리따움 점주 협의회(전아협) 등이 이룬 합의다.

LG생활건강과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는 직영 온라인몰의 수익을 가맹점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작년 6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을 갉아먹자 가맹점주의 이익 우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3~4월, LG생활건강은 지난 3월과 7월에 가맹점 월세를 지원한 바 있다. 점주들은 본사의 상생 지원책을 환영하면서도 무엇보다 온라인과 가맹점 간 가격 차이를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팀장은 "화장품 본사들이 직영몰에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많은 할인이나 쿠폰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근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도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고열과 근육통 등을 사유로 불출석한 바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2일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감에서는 서 회장에게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가격 정책에 대한 질의가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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