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요트대표팀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요트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아쉽다고 밝혔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돈 많아야 요트를 즐길 수 있다는 편견과 선입견이 아쉽습니다."
 
김형태(49) 한국요트국가대표팀 감독은 한 음절 한 음절 힘을 주며 요트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마리나에서 본지와 만난 김 감독은 요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함께 '부르주아 운동'이라는 요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일정한 교육을 수료하면 요트는 누구에게 열려 있는 레저스포츠다"라면서 "아버지가 키를 잡고 할아버지가 매듭을 짓고 아들이 세일(돛)을 관리한다면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 virus) 시대' 가족형 레포츠가 바로 요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형태 감독은 협동심과 자립심 등 종합적 사고 판단이 요트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임민환 기자

◆ 국가대표 감독이 말하는 요트의 매력
 
김 감독은 요트의 매력으로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그는 "요트의 중요한 덕목은 도전정신이다.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스스로 돛을 세우고 출항을 준비하면서 자립심을, 항해 과정에서 주변인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다"면서 "또한 요트는 파도의 위치를 파악하고 계산하는 수리적 판단과 능력 그리고 항해를 위한 상황판단 능력 등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운동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장점을 잘 아는 잉글랜드 등 해양스포츠 선진국은 요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바다가 생활 속으로 파고 든 셈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요트 경기가 열렸던 '웨이머스&포틀랜드 내셔널 세일링 아카데미'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곳에선 선수와 동호인이 완벽한 육상시설 아래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 중 어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세일링 아케데미는 어린 학생들에게 플라스틱 통과 쇠막대, 밧줄을 제공하고 직접 배를 제작하게 한다. 엉성하게 매듭지은 밧줄 탓에 바다에 빠지는 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와 친해지고 자립심을 키운다. 
 

김형태 감독은 요트가 위드코로나 시대 가족레포츠로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임민환 기자

◆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최근 우리나라도 요트 교육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그리고 대한요트협회는 교육용 배를 확보하고 거점 지역에 마련된 요트학교에서 무료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비용은 저렴하다.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면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이 비용도 절반 이상은 보험료(1만5000원 수준)다. 김 감독은 "옵티미스트라고 어린이를 위한 입문자용 요트가 있다. 8살부터 탈 수 있다"면서 "축구나 야구 등 다른 종목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없지만, 요트는 부모와 자녀는 물론 조부모까지 3대가 모두 함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 감독은 한국이 해양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요트같이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해 저변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산 수영만, 경북 후포, 여수 등 거점 시설에서 요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체육으로서 요트가 자리 잡기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요트하면 초호화 크루즈선을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정책 지원으로 거점 마리나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육 프로그램 강화로 요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깨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고 결연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요트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윈드서핑 새 제품의 경우 1인승이 1000만 원, 2인승도 1500만 원 수준이다. 중고 가격은 100만 원에서 350만 원대로 다양하다"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요트의 매력을 찾는 데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형태 감독은 한국 요트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 확충과 올림픽 메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민환 기자

◆ 한국 요트 발전을 위한 충고, 그리고 올림픽 메달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는 김 감독은 요트 저변 확대를 위해선 스타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재차 힘주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내년으로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 감독은 "한국 요트는 현재 5개 종목을 육성 중이다. 이 중 3개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정했다. 2개 종목에서 추가 확보도 준비 중이다”면서 "남자 1인승 'RS:X'의 조원우 선수에게 올림픽 메달을 기대를 걸고 있다. 470의 조성민-박건우, 레이저의 하지민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2개 종목에 대해 "레이저 레디알의 경우 80% 획득 가능성을 보고 있고, 49er도 자카르타-팔레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종목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경기력 외의 또 다른 변수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바로 방사능 위험이다. 도쿄올림픽 요트경기장은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쿠시마로부터 반경 40km 이내에 있는 가나가와현에 있다. 그는 "사실 코로나19보다는 원전이 더 큰 문제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지난 3년간 현지를 찾았다. 한 번 방문하면 2달에서 2달 반은 머무는데 코피가 나더라"라면서 "세계요트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사관을 파견해 조사를 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듣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방사능 우려에도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소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선수로서 아시안게임은 여러 번 참가했지만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대회가 유일하다. 그 만큼 올림픽에 나간다는 건 선수나 감독으로서 엄청난 일이다”면서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된다면 요트 경기장에 뼈를 묻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요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바뀌어 저변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마리나=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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