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김연경(오른쪽)이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수 년간 배구 종목을 취재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 연출됐다.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시즌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다.

경기 전 기자회견은 방송사 토크쇼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기자석 뒤 관중석에 취재진이 앉고 양팀 감독이 한 명씩 차례로 로비 중앙에 앉아 홈팀 관계자의 진행 속에 질문과 답이 오갔다. 평소대로라면 인터뷰실에서 진행되지만 이날은 특별히 관중석에서 이뤄졌다. 감독, 취재진 간엔 마이크로 대화가 오가 코트 위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도 들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른바 ‘김연경 효과’다. 2008-200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이 열린 2009년 4월 11일 이후 4211일 만에 복귀한 ‘배구여제’ 김연경(32ㆍ흥국생명)을 향한 취재진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과거 21세의 나이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이후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 리그를 거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은 김연경의 복귀는 올 시즌 V리그 최대 ‘이슈’다.

홈팀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사진기자 21개사 21명, 취재기자 35개사 56명으로 총 56개 언론사에서 77명(이상 취재신청 기준)의 취재진이 현장에 몰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코트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보통 왼쪽 구역에 취재진 좌석을 운영하지만, 당일까지 워낙 많은 언론사들의 취재 신청이 이뤄지면서 평소 관중이 착석하던 가운데 구역까지 기자석을 추가로 마련했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실내 공간에 많은 인원이 밀집하지 못하게 됐다. 인터뷰실이 협소해 기자회견도 관중석 한 곳을 빌려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같은 시각 인천계양체육관에선 남자부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1(25-13 20-25 25-20 25-22)로 물리쳤는데, 현장 취재 인원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김연경이 25점을 폭발한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1(29-27 30-28 26-28 25-17)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전 승리이자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우승컵을 내준 것에 대한 설욕의 의미도 존재했다.

“매년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다가 올해는 부상 이후 6개월간 휴식을 취했다.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컨디션이 100%는 아니고 70~80% 정도 된다”는 박미희(57) 흥국생명 감독의 사전 인터뷰처럼 김연경의 경기력은 세트마다 다소 기복이 있었다. 득점에 비해 효율이 떨어졌다. 공격성공률이 42.55%에 머물렀다. 특히 1세트에선 공격성공률이 14.29%(4점)로 굉장히 저조했다. 다만 2세트에선 결정적인 득점들을 해냈다. 그는 23-23 접전 상황에서 긴 랠리를 끝내는 백어택 공격을 성공했고, 27-28로 뒤지던 듀스 상황에선 오픈 공격 성공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3세트에서도 블로킹 어시스트를 비롯해 오픈, 퀵오픈, 백어택 공격 등을 자유자재로 했다. 4세트 시작과 함께 득점을 올린 후 시간차, 퀵오픈 공격 등을 성공하며 결국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을 우상으로 삼아온 외국인 선수 루시아(27점)와 이재영(19점)은 함께 신난 듯 맹활약했다. 자신이 100%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동료의 능력을 끌어내는 게 슈퍼스타의 힘이다. 김연경은 괜히 ‘배구여제’가 아니었다.

장충=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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