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한국계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가 ‘기생충’에 이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뤄 만든 작품이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다. '문라이트' '유전' 등을 만든 A24가 투자했으며 ‘노예12년’ ‘월드워Z’ ‘옥자’ 등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가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스티븐 연 역시 정 감독과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미나리’는 지난 2월 열린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자국 영화 경쟁 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지난 18일 폐막한 제8회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Ensemble Award, 배우조합상)를 수상했으며 오는 11월 열리는 제40회 하와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선정됐다.

정이삭 감독은 “이 영화의 대본 작업을 했을 때 '마이 안토니아'라는 책에서 감명을 받았다. 네브라스카의 농장에서 살았던 경험이 담긴 책인데 자신의 경험에 진실되게 다가가려는 것에 인상을 받았다”며 "저도 비슷하게 기억을 진실되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려 했다. 저의 1980년대의 기억을 가지고 하나씩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순서를 되짚어보면서 가족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나열해봤다. 많은 이야기가 실제 저의 가족이 겪은 것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용을 만들어보니 다큐가 아니라 픽션 영화가 됐다“라고 밝혔다.

스티븐 연 역시 자신의 경험이 담겼다며 “우리 가족은 캐나다로 먼저 이주하고 이후 서부의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 그때의 경험이 이 영화에 녹았다”며 “이민자의 삶이란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문화나 언어, 소통의 차이로 인한 많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아이작 감독이 만든 내용을 보고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이번 영화로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에 대해 “저를 알고 한국영화를 알더라. 한국말을 못하는데도 김기영 감독님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정이삭이 쓴 시나리오라는 걸 모르고 받았다. 이야기가 정말 리얼하더라. 그냥 하겠다고 했다. 사람이 좋아서 출연했다”라고 말했다. 한예리는 "감독님의 인상이 정말 좋았다. 영어를 못하는데도 감독님과 잘 소통할 수 있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이상하게 생기더라. 한국적 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캐릭터가 모니카라고 생각했다. 엄마, 이모, 할머니에게 봤던 모습들이 모니카라고 생각했다“라고 돌이켰다.

정이삭 감독은 또 ‘기생충’을 언급하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정 감독은 “관객 분들이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각자 자신의 삶과 가족을 떠올린 것인지, 영화 속 가족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며 "“‘기생충’이 미국 관객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미국 관객들이 이런 것들을 더 많이 포용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적 콘텐츠, 한국의 이야기가 일반 미국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다른 콘텐츠에 대한 미국 관객의 반응으로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