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지수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농도 짙은 순애보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종영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내가예)는 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던 형제와 그들 사이에서 갈 수 없는 길과 운명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지수는 8년 동안 오예지(임수향)를 짝사랑하는 서환으로 분했다. 형의 여자를 사랑한다는 설정이 자칫 막장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이에 대한 본능적인 감정과 상황으로 인한 이성적인 감정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래도 작품을 선택하기 전 형수를 사랑하는 설정 때문에 걱정하기도 했다는 지수는 "그래도 환이 시점으로 생각했을 때는 순애보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걸 중점으로 두고 연기했다"며 "환이의 사랑을 설득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환이가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됐는지 얼마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설득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굉장히 후련한 기분이다. 어려운 작품이고 연기하기 쉽지 않았는데 5개월 정도 촬영하고 끝나니까 개인적으로는 어떤 한 산을 넘은 느낌도 있다."

- 어려웠는데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내가 선택한 것도 있지만 사실 작품이라는 게 배우한테는 선택하기보다 선택받은 것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대본 중 내 마음이 가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4부까지의 대본을 보면서 마음에 와닿은 대사가 많았다. 이를테면 '제가 어리다는거요?'나 '나는 안 돼요? 기다려줄 수 없는 거죠?' 같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내 나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 같다."

- 무엇보다 서환은 주는 사랑을 하는 순애보 적 인물이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못 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이는 나와 다르게 굉장히 이타적인 사람이다. 예지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예지를) 지켜주고 싶고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배려하는 게 먼저인 사람이다. 그래서 환이는 자신이 주는 사랑을 택한 것 같다."

- 그래도 환이는 예지에게 받은 게 너무 없는 것 같다.

"환이가 예지를 사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건 정말 본능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자꾸 예지가 밀어내니까 더 애끓는 감정이 생겼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는 해소되긴 했을 것 같다."

- 본능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아쉽지 않나.

"나 역시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시청자들도 환이랑 예지 둘 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본능이 꿈틀댈 때를 가장 좋아해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는 제목이 '형수'였다고 들었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작품이었는데 요즘 세대나 지금 환경, 조건에 맞춰서 만들다 보니 수위가 많이 조절된 것 같다. 표현 수위 자체가 섬세했다."

- 결말은 만족하나.

"만족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결말이 어떻게 돼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 환이는 달 같은 이미지였는데 실제의 지수와는 비슷한 편인가.

"개인적으로 달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좋아해서 (환이 달로 표현되는 게) 좋았다. 하지만 환이처럼 순애보적인 사랑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환이었다면 사랑하게 되더라도 형과 결혼하면 금방 받아들이고 포기했을 것 같다. 그래도 환이가 가족들에게 잘하는 건 실제와 비슷하다. 가족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그럼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인 것 같은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어느덧 이십 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연기 생활 초반에는 크게 생각 없이 했던 것 같은데 갈수록 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고민도 많아지고.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매력 있고 재밌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년이면 스물아홉이고 곧 이십 대가 지나가는데 더 늦기 전에 빨리 작품을 더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십 대가 가기 전에 여러 작품에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사진=키이스트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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