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중국·일본 대 미국…내달 9일 최종 결정
첫 한국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한국인 최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탄생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한편 최근 미국의 지지를 받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변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TO는 28일(현지 시간) 차기 사무총장 결선 투표에서 유명희 본부장의 경쟁 상대였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WTO 회원 164국 가운데 절반(82국)을 넘는 96국 안팎이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총 27표를 보유한 EU 회원국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했고 중국은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어 오콘조이웨알라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WTO에서 수출 규제 분쟁을 진행 중인 일본도 오콘조이웰라 후보 지지를 최종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WTO 회원국 대상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더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본인도 총 회원국 중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탄생은 이번에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아직 살아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 시간) 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일부 국가가 노선을 선회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을 위시한 각국과 무역갈등 중인 미국으로서도 자국에 유리한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 수밖에 없는 처지다. 

 USTR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성공적인 통상 협상가와 무역정책 입안자로서 25년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진정한 통상 전문가"라며 "이 조직의 효과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WTO와 국제 통상은 매우 어려운 시기다"라며 "25년간 다자간 관세 협상이 없었고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며 기본적인 투명성의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이 너무 적다. WTO는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지에 반하는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 국가가 일본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28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상대 후보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하는 소식이 있어 일본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뉴스에서는 일본 정부가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다, 이렇게 뉴스는 보도를 했지만, 일본 정부 자체는 아직 분명한 태도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결정하는 방향으로 일본도 마지막은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유명희 후보에 유리한 움직임은  일본 외 다른 친미 우방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제2의 반기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이번 선거에 외교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8개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갖고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고, 통화를 나눈 나라들에는 룩셈부르크와 이탈리아, 덴마크 등 유럽 지역 다수 국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또 어제(28일)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가진 환담에서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U의 오콘조이웰라 후보 지지로 판세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완주할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편 WTO는 국가 간 경제 분쟁에 대한 판결권과 그 판결의 강제집행권 이용, 규범에 따라 국가 간 분쟁이나 마찰 조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지난 1995년 1월 출범됐으며, 회원국은 올해 초 기준 164개국이다. 한국은 WTO 출범과 함께 회원국이 됐다.

차기 WTO 사무총장은 내달 9일 최종 결정되며,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얻어야 최종 선출된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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