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도굴’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한국 케이퍼 무비다. 간결한 스토리와 범죄 오락 영화 특유의 재미를 동시에 잡으며 코로나19 시국 속 지친 이들에게 웃음과 힐링을 선사한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판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구는 흙맛만 봐도 명당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도굴꾼이다. 타고난 도굴꾼 강동구는 모든 수집가들이 탐내는 금불상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다. 자신의 비밀 수장고에 보물을 채우는 혈안인 재벌 회장(송영창)은 고미술계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을 통해 동구에게 접근한다. 강동구는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만나 판을 키우고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에 숨겨진 조선왕조의 보물을 찾아내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한국영화 최초로 도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신선한 볼거리들로 관객을 유혹한다. 지상과 지하를 아우른 다양한 로케이션에 다채로운 유물이 가득하다. 제작진은 영화 속 선릉 도굴 작업을 위해 세트 제작과 실제 선릉 촬영을 병행했다. 마치 실제인 듯 세트 같지 않은 리얼함은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도굴 장면 역시 영화의 묘미다. 강동구를 비롯해 존스 박사, 삽다리가 땅굴을 파고 들어가 흙투성이가 된 채 도굴을 하는 장면은 긴박감과 재미를 자아낸다. 영화의 재미와 리얼리티의 조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영화 '도굴' 리뷰.

스토리 역시 간결하다. 기존의 범죄영화가 그랬듯 명확하고 간결한 이야기가 돋보인다.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전문가들과 함께 고난이도의 작전을 펼치는 내용이 요지다. 탄탄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후반부 드러나는 통쾌한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다만 중반부 다소 늘어지는 전개와 범죄영화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안주한 듯한 얼개는 모험적이고 신선한 소재와 달리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만든 범죄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도둑들’을 잇는 배우들의 찰떡같은 호흡이 돋보인다. 특히 이제훈과 조우진의 찰진 브로맨스, 임원희 특유의 개그 코드가 극과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이제훈의 변신이 반갑다. 그동안 과묵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가볍고 능청스러운 역할로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이끈다.

모두가 힘든 시기 속 가볍게 머리를 식힐 만한 영화다. 큰 기대를 품지 않는다면 ‘도굴’이 품은 재미와 오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14분. 12세 관람가. 4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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