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컵스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시카고 컵스가 71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광란에 빠졌다. 대부분 3대에 걸쳐, 길게는 증조부조차 목격할 수 없었던 역사적 순간은 시카고 시민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보다 더 오래된 ‘우승’을 홈 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직접 보기 위한 컵스 팬들의 간절함은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1945년 ‘염소의 저주’가 내리기 전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1908년이었다. 위키피디아에 1908년을 치면 ‘세리에 A 인터밀란 창단, 제너럴 모터스(GM) 창립, 대한제국 순종 2년’ 등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107년 동안 무관(無冠)은 야구는 물론 축구, 농구 등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최장 기록이다.

컵스는 1876년 창단해 140년의 역사를 지닌 팀이다. 리글리필드는 1916년 만들어져 보스턴 펜웨이파크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직업은 ‘시카고 컵스 팬’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에는 그런 역사적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 마지막 우승이 1908년이었기에 유언으로 “넌 꼭 우승을 보거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이며, 리글리필드의 시즌권 역시 주요 상속 대상 가운데 하나다.

오는 26일부터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가운데 리글리필드에서 치러지는 3~5차전의 입장권 가격은 그런 이유로 벌써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았다. 미국 ESPN은 24일 일반 소비자간 거래가 가능한 티켓 예매 사이트 스텁허브(StubHub)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리글리필드 3~5차전 티켓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342만원)를 넘는다고 전했다.

불펜 투수가 몸 푸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1루측 좌석은 평소에도 인기 있는 자리인데, 5차전 4연석은 1만7,950달러(약 2,048만원)에 판매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3, 4차전 컵스 더그아웃 바로 뒤에 있는 두 자리 가격은 1만6,000달러(약 1,825만원)까지 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은 입석도 다르지 않다. 리글리필드에서의 첫 경기인 3차전 입석 중 가장 싼 게 2,275달러(약 259만원)나 된다.

상대팀인 클리블랜드 역시 이른바 ‘와후 추장의 저주’에 시달리며 1948년 이후 우승이 없다는 점도 이번 월드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양팀 합해 17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풀이 시리즈’가 됐다.

이번에 스텁허브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좌석은 클리블랜드 홈인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7차전 티켓이다. 컵스 더그아웃 바로 뒤 4연석이 2만4,500달러(약 2,795만원)에 이미 팔렸다. 만약 7차전이 열리지 않는다면, 구매자는 모든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스텁허브에서 거래된 티켓의 역대 최고가는 지난해 캔자스시티-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 3~5차전(메츠 홈 구장)의 평균 1,600달러(약 182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24일 “나도 티켓 가격이 이 정도까지 올라간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미국은 입장권을 일반 소비자끼리 프리미엄을 붙여 사고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 암표인 셈이다. 최초 책정된 금액은 보통 정규시즌 입장권 가격의 두 배 정도다. 한편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비싼 좌석은 잠실구장의 프리미엄석으로 10만원이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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