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제훈이 가볍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돌아왔다. 다소 무거운 역할이나 풋풋한 멜로 연기를 주로 펼친 그가 영화 ‘도굴’(4일 개봉)을 통해 그간 쌓인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얼굴을 보여줬다. 마치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능글맞고 가벼운 천재 도굴꾼 강동구와 꼭 맞는 연기를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제훈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힐링이 될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것 같다”며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 만족한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고 만족했나.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 내포된 의미를 찾는 작업을 주로 했다. 이번 영화는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보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를 즐기는데 출연을 한 배우는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것 같다. 가족들이 다 같이 와서 재미있게 깔깔 웃다 갈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 좋았다. 이런 작품의 색깔을 가진 필모그래피를 더 채워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강동구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승전결이 분명했다. 이야기에 대한 흐름이 매끄럽고 중간중간 미션들을 풀어가는 방식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강동구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위기 상황 속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을 짓을 골라서 하는 게 미워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여태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지점이라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또 함께한 배우들이 연기에 리액션을 하며 호흡을 맞춰줬기 때문에 강동구가 더 살아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조우진과 SBS ‘비밀의 문’(2014) 이후 재회했는데 호흡이 어땠나.

“‘비밀의 문’ 때는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나?’ 싶었는데 그 후 ‘내부자들’을 보고 혼자 반가워했다. 그 뒤 스크린에 계속 나오는 조우진 형을 보면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쁘다. 존스 박사(조우진)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잘 떠오르지 않았다. ‘도굴2’를 하면 더 좋겠다. (웃음) 다음 작품을 통해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출신에 애교도 부려야 했던 노래방 장면을 연기해야 했는데 걱정되지 않았나.

“연기할 때 다 같이 망가질 수 있어서 애교를 부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가벼운 옷차림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나는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관객들은 ‘너무 오버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대다수의 분들이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해주신 것 같다. 어쨌든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 담긴 장면이었으니까. 몸매 관리? 관리를 특별하게 하지는 않았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팔굽혀펴기를 엄청 했다.”

-도굴이라는 소재 상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다. 쉽지 않은 연기였을 텐데.

“스태프들의 배려로 무사히 촬영했다. 이렇게 땅굴을 준비한 미술팀과 소품팀이 위대해 보였다. 훌륭한 공간을 완성해주셔서 감사했다. 소재가 도굴이다보니 잔해물이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흙먼지가 날리는 장면들은 소품팀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콩가루로 준비해주셨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 받았다. 흙을 맛보는 장면도 과감하게 혀에 대고 뱉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스크림으로 대체했다. 너무 고마웠다.”

 

-이제훈의 멜로를 기다리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많이 하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첫사랑을 보여준 ‘건축학개론’이 있었지만 30대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많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40대가 되니까. (웃음) 로맨틱 코미디든 멜로든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 신혜선이다. ‘도굴’에서 호흡 맞췄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대화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기회가 되면 서로 죽고 못 사는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올 베를린영화제에 ‘사냥의 시간’이 초청받아 공개되기도 했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관객들과 만났는데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나.

“이제는 작품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생충’만 해도 우리나라 작품이고 이야기다. 세계 관객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해외 진출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좋은 작품을 통해 연기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외국 제작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인들의 성장과 좋은 퀄리티를 느낀다. 윤여정, 한예리의 ‘미나리’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배우로서 이런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개론’으로 호흡한 이용주 감독 신작 ‘서복’이 12월 개봉하는데.

“(조)우진 형이 ‘도굴’과 ‘서복’을 같이 촬영했다. 형이 촬영장을 오가서 영화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11월 개봉이고 ‘서복’은 12월에 개봉한다. 우리의 기운을 잘 받아서 ‘서복’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선의의 경쟁도 의미 없다. 같이 힘을 합쳐서 많은 관객들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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