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지난 26일 SBS '펜트하우스'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펜트하우스'는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 불가 퀸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가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담은 드라마. 총 27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을 만큼 SBS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드라마다.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인 만큼 1회 9.2%, 2회 10.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화제성 또한 높았지만 지난해 방송된 JTBC 'SKY캐슬'과 유사하다는 지적과 막장 소재로 인한 선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펜트하우스' 헤라팰리스 vs 'SKY캐슬' 타운하우스

'펜트하우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심 공간인 헤라팰리스는 'SKY캐슬'의 타운하우스와 상당히 비슷하다. 각각 수직 수평구조라는 것에서 차이점은 있지만 상류층의 상징을 대변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같은 설정으로 다뤄진다.

특히 이 공간들은 사회의 축소판이자 권력의 상징을 대변한다는 것에서 설정 자체가 같다. 선택된 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특별함이 강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인물들이 지닌 힘에 따라 다시 계급이 나뉘기는 하지만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 간의 갈등이나 관계들이 미묘한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더불어 헤라팰리스와 타운하우스 안에 있는 인물과 그 밖에 있는 인물이 대립 구도를 보여주는 것 또한 비슷한 설정이다. 공간에 속할 수 있는 소수의 권력층과 그 안에 속할 수 없지만 능력을 갖추고 있는 평범한 인물의 대립이 드라마 전개의 중심축이다. 'SKY캐슬'에서는 타운하우스에 자유로운 영혼의 엄마 이수임(이태란)이 등장하면서 파란이 일어났고 '펜트하우스'에서는 헤라팰리스 밖에서 주인공들과 대치하는 오윤희(유진)가 있다.

■ 사교 클럽…입시 문제 '유사'

극 중 인물 간의 관계와 특성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사교 클럽의 중심이 되는 여성이 네 명이고 그 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퀸이 있다.

'SKY캐슬'에서는 가장 잘나가는 한서진(염정아)을 노승혜(윤세아), 진진희(오나라)가 따르고 아이들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이 있다. 극 중에서 이들은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로 대변된다. 

'펜트하우스'에는 100층에 사는 퀸 심수련(이지아) 아래 헤라팰리스 거주자이자 아이들의 성악 레슨을 맡아 하는 천서진(김소연), 그들을 따르는 강마리(신은경), 고상아(윤주희)가 있다. 

각각 대학교와 고등학교 입시라는 점, 의대와 예체능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 아이들의 입시가 부모의 결정에 달려있다. 

또한 남성 캐릭터 중 '헤라팰리스'의 주단태(엄기준)는 'SKY캐슬'의 차민혁(김병철)과 많이 닮아있다.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 있어 징벌방을 만들어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를 훈육한다는 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강요한다는 것이 비슷하다. 

■ 선정성 우려…방통위 민원 100건 이상

하지만 개연성이나 수위 면에서 '펜트하우스'가 'SKY캐슬'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펜트하우스'는 앞서 '황후의 품격'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연출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작품이다. '황후의 품격'이 선정성, 폭력성 등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은 바 있어 '펜트하우스'도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을 두고 방송 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런 우려를 '펜트하우스'는 고스란히 보여줬다. 첫 회에서 누군가가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장면이 노출됐고 불륜이나 부동산 조작, 감금과 폭력 등의 아동학대, 갑질, 납치와 집단폭력, 성적 조작과 입시 비리 등 자극적인 것으로 비치는 모든 소재가 단 2회 만에 모두 등장했다. 그로 인해 단 2회 방송 만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100건이 훌쩍 넘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BS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시청 등급을 일부 회차에서 19세 이상 시청가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펜트하우스'가 시청률 10.1%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점이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의미 없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렇지만 '펜트하우스'가 'SKY캐슬'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비슷한 설정을 계속 끌고 간다면 앞으로의 시청률 상승 곡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극적인 막장 소재 역시  점차 줄여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더 자극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현재 '펜트하우스' 속에서 보인 막장 요소들을 단순한 드라마적 기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순한 화제를 높이기 위한 막장 소재가 아니라 몰입감 높은 전개로 특별함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진=SBS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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