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박은빈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깊은 감정선을 그려냈다. 최근 종영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브람스)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극 중 박은빈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늦깎이 음대생 채송아로 분했다. 부족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바이올린을 놓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물아홉 청춘을 그리며 시청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 것. 이에 대해 박은빈은 "스물아홉의 흔들리는 청춘들과 꿈을 담았지만 이십 대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송아와 주변 인물들이 스물 아홉 살에서 인생의 한 챕터를 넘기는 모습을 그렸지만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었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브람스'가 종영했다.

"2020년은 모두에게 어려운 해였을 것 같은데 그 어려운 시기를 거쳐 무사히 잘 끝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아직 끝났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지만 송화를 잘 떠나 보내주려고 한다."

- 코로나19 때문에 촬영 자체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작년과 올해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스태프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거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니까 마지막에 같이 밥 먹으면서 얼굴을 알게 됐지만 스태프들의 환한 미소를 눈으로밖에 느낄 수 없었던 게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코로나가 없어진 상태에서 다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바이올린을 한다는 게 흥밋거리였다. 바이올린을 하는 역할을 언젠가는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예쁜 모습들을 빨리 남겨두는 게 배우로서 참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여러모로 자극적인 게 유행을 하고 사람들이 그거에 익숙해져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잔잔하고 은은한 향취를 풍길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는 점도 좋았다. 그래서 이십 대의 마지막을 이 작품을 통해서 잘 보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작품 중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은 무엇이었나.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이 특히 공감됐다. 잘하고 싶은데 잘할 수 없는 것과 관심이 많지 않은데 타고난 것이 보편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송아라는 캐릭터에서 흠뻑 느끼신 분들은 송아의 삶을 응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대본을 보고 1부에서 송아가 지휘자님께 쫓겨나는 부분이 어렵게 느껴졌다. 지휘자가 나가라는데 버티고 서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송아가 여려 보이지만 용기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거에 대해 버틸 수 있는 인물로 느껴졌지만 처음 송아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상황에서 그 상황 자체가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장벽이라고 느껴질 것 같아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청자분들이 잘 이해해주셨다."

- 평소에 클래식은 즐겨 듣나.

"노래를 듣자마자 어떤 곡인지 아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좋아하고 나름 힐링할 수 있는 곡이 있는 편이긴 하다. 피아노 모음곡도 좋아하고 바이올린 협주곡도 평소 힐링을 하기 위해서 가볍게 듣는다."

- 연기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곡도 있나.

"작가님께서 지정해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랑 브람스 소나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정말 좋은 곡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였다. 바이올린 배우면서 열 곡 정도 배웠는데 그 중 프랑크 소나타는 갑자기 배우기도 했고 진도를 늦게 나가게 돼서 특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1악장에 몽환적으로 시작하는 신비로운 느낌을 초보자가 하기에 특히 좀 어려웠는데 나중에 실력이 향상된 걸 보면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촬영할수록 실력이 늘었는데 극 중 송화도 성장하는 과정이 있어서 그에 맞게 함께 성장한 기분이었다."

- 전체적으로 감정이 무거웠는데.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촬영할 때 그 인물 감정 때문에 현실의 삶까지 힘들어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박은빈이 잘 살아야 캐릭터도 잘 연기할 수 있고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도 훌륭하지만 길게 봤을 때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역할에 몰입할 힘을 기르는 게 더 좋은 양질의 연기를 보여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나.

"중의적인 표현이 많았다. 바이올린과 준영(김민재)에 대한 짝사랑이 있었는데 다 중의적인 표현들이어서 감정 줄타기를 잘해야 했던 것 같다. 메타포도 많았다. 지문 속에 녹아 있었지만 작가님이 어떤 걸 원하는지 배우로서 잘 캐치하는 게 중요했다."

-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마지막 20대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바쁜 20대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TV에 안 나올 때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업을 마치기도 했다. 스스로 목표했던 중요한 시기를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

- 그럼 30대의 박은빈은 어떨 것 같나.

"특별한 계획이 없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년이 되도 만 29세니까 20대라고 생각할 것 같다(웃음). 요즘에는 작품 하나 하면 일 년이 금방 가서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굳이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싶지는 않다."

사진=나무액터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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