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2020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야구는 ‘용두사미’였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이 미미했다. 히어로즈식 프런트 야구는 가을의 비극을 초래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은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박병호(34), 이정후(22), 김하성(25), 서건창(31) 등이 버티는 강력한 타선에 에릭 요키시(31), 제이크 브리검(32), 최원태(23), 한현희(27) 등 선발진도 탄탄했다. 리그 최강의 마무리 조상우(26)가 이끄는 불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였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도 무서웠다.

투타에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키움은 올해를 ‘우승 적기’로 잡았다. 기대대로 올해 상위권을 유지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8월에는 선두 NC를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는 등 여러 차례 리그 1위의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지난달 초 손혁(47)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당시 키움은 2위 KT에 1경기 차 뒤진 3위였다. 구단은 성적 부진에 의한 자진 사퇴라고 밝혔지만, 허민 이사회 의장 등 구단 수뇌부와의 불화에 따른 경질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에도 다소 비상식적인 감독 인선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팀을 준우승으로까지 이끈 장정석 전 감독과 결별했다. 손혁 감독과 2년 계약을 맺었지만 한 시즌을 다 마치기도 전에 다시 사령탑을 교체했다.

김창현(가운데) 감독대행. /OSEN

키움 구단은 큰 틀에서 선수단을 관리했던 홍원기(47) 수석코치 대신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김창현(35) 퀄리티 컨트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는 상식 밖 행보를 보였다. 또, 허 의장이 구단 운영에 개입하고, 지위를 이용해 선수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결국 어수선한 후반기를 보냈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펼쳐진 9월 12승 1무 14패로 주춤했고, 10월에도 9승 9패로 5할 승률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두산 베어스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최대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에이스 요키시를 내고도 두산에 패해 결국 5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다. 한때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렸으나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 가을 야구를 시작했고,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4로 패하며 5위로 초라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키움 구단의 대권 도전을 위한 승부수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저비용 고효율’을 꿈꾸고 영입한 테일러 모터(31)와 이름값만 믿고 데려온 에디슨 러셀(26)은 실패작이다.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는 결과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린 '패착'으로 전락했다. 구단 수뇌부의 과도한 개입 속에 부끄러운 권력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며 또 한 번 문제의 구단으로 낙인 찍혔다. 창단 첫 우승을 기대했던 키움 팬들만 큰 상처를 받았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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