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올 하반기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신예 그룹이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의 합작 법인 빌리프랩의 엔하이픈, FNC엔터테인먼트의 피원하모니까지 다양한 그룹이 데뷔를 알렸다.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가요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모두 독특한 세계관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현실X가상 세계의 콜라보

에스파 윈터./SM엔터테인먼트

17일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론칭한다. 에스파는 '아바타X익스피리언스(Avatar X Experience)'를 표현한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애스펙트(aspect)'를 결합해 만든 이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 제 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서 "에스파는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며 "현실세계 멤버들과 가상세계 멤버들이 서로 다른 유기체로서 AI 브레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고 조력도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각자 세계의 정보를 나누는 등 전혀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세계관에 따라 컴백 전 티저 공개 역시 현실 세계 속 멤버와 가상 세계 속 아바타의 모습이 함께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 빅히트XCJ 합작 빌리프랩, 엔하이픈 출격

엔하이픈./빌리프랩

앞서 Mnet '아이랜드(I-LAND)'를 통해 데뷔조를 결정한 빌리프랩의 엔하이픈(ENHYPEN)은 30일 데뷔한다. '하이픈(-)'이 서로 다른 단어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문장부호인 것처럼 연결을 통해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뜻을 그룹 이름에 새겼다.

무엇보다 엔하이픈은 '아이랜드'에서 소설 데미안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문구를 인용해 알을 형상화한 입장 게이트를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로 삼았다. 아이돌 그룹 데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 세계관으로 다방면 활약 예고

피원하모니./FNC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8일 데뷔한 FNC엔터테인먼트의 피원하모니(P1Harmony)와 울림엔터테인먼트의 드리핀(Drippin) 또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저 피원하모니는 FNC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에프나인(SF9)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 피원하모니라는 이름은 플러스(Plus)와 숫자 1, 하모니(Harmony)의 합성어로 '팀'과 미지의 '하나'가 더해져 다양한 하모니를 만드는 가능성이 무한한 아이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컬, 랩, 퍼포먼스 등 각 포지션의 탄탄한 표현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엮어낼 예정이다.

드리핀./울림엔터테인먼트

반면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보이그룹 드리핀은 '멋있다' '쿨하다'라는 뜻의 신조어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멋있고 쿨한 그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데뷔 앨범 '보이저(Voyager)'에 소년이라는 뜻의 '보이(Boy)'와 미국의 무인 우주 탐사선 또는 장거리 여행자라는 의미인 '보이저(Voyager)'라는 의미를 담아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드리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겠다는 것을 담아 세계관의 시작을 알렸다.

이 외에도 '최애돌'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은 BAE173, 틴프레시(TEEN FRESH)를 내세운 스테이씨(STAYC) 등이 이달 각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다.

이처럼 최근 가요계에는 세계관이 그룹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상징이나 메타포로서 보였던 세계관에서 3부작 시리즈로 선보이는 앨범 등 세계관의 종류나 범위도 확장된 양상을 보인다.

이에 대해 가요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앨범 하나의 단발성 이슈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그룹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문화가 생겼다.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SNS나 방송, 팬미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앨범, 아티스트 자체까지 확대됐기 때문인 것 같다"며 "세계관을 통해 그 그룹만의 정확한 포인트와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관은 팬들을 위해 준비하는 요소"라며 "회사 입장에서 세계관을 만들 때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어느 하나로 규정되도록 하지 않고 서사적인 측면에서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열어놓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세계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모든 그룹이 각자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 있어 어느 순간 포화상태의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남발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관 자체가 이슈이지만 포화 상태가 되면 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팀도 생겨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도 "앨범 간의 유기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건 좋지만 앨범 결성 단계부터 캐릭터적인 세계관을 주면 그룹에 변동이 생길 경우 세계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후에 팀 색깔에 변화를 주고자 할 때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세계관 구축이 꼭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