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조상무 역으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뒤 주로 센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조우진이 ‘도굴’을 통해 친근한 매력을 어필했다. 카리스마를 벗고 ‘동네 아저씨’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그간의 캐릭터가 무색할만큼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실제로 만난 조우진은 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나이가 마흔 살이 넘어가니 편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며 웃었다.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역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했는데.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을 보면 정말 진정성이 묻어난다. 진정성 있게 하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신경 썼다. 어린 시절 영화 속 캐릭터나 장면을 흉내 냈던 삼촌들의 모습을 캐릭터에 묻어내려고 했다. 약간의 아재미와 잔망미, 안쓰러움을 더하려고 했다. 그리고 상황 속 코미디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했다. 보는 분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릴 때가 있다. ‘도깨비’때도 그랬는데 내 능력 밖의 과한 호흡이나 반응이 있었다. 그걸 참고해서 해봤는데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다.”

-그간의 작품 속에서 카리스마 있는 역할과 코믹한 캐릭터를 다 소화했는데 힘들지 않나.

“한 작품 한 인물에 집중하는 것도 힘든데 다양한 색깔을 교차적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건 더 어려운 것 같다. 운이 좋게도 ‘내부자들’을 만나고 난 후 여러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들을 맡게 됐다. 전혀 상반된 캐릭터와 작품을 서너 편 했던 적도 있다. ‘내가 무슨 캐릭터를 하고 있지?’라며 정체성 혼란이 올 때도 있지만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소화했다. 그 때 꾸역꾸역 버틴 시간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류승룡, 임원희처럼 더 재미있게 코믹한 연기를 소화하고 싶다.”

-상대배우 이제훈이 ‘너무 반가운 캐스팅’이라고 했는데 호흡은 어땠나.

“연기 모범생과 작업하는 기분이었다. 참 좋은 기회였다. 몰입도와 준비성,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완벽하다. 나보다 동생인데 팀에 대한 주인의식이 넘쳐났다. 쉴 새 없이 자극을 받았는데 상대배우로서 굉장히 좋은 것 같다. SBS 드라마 ‘비밀의 문’(2014) 인연을 다시 이어간다는 것도 좋았다. 그 당시에는 호흡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다음에는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호흡으로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

-극 중 노래방에서 춤을 추며 노는 장면이 있다.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표현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호감적인 장면은 만들지 말자고 서로 얘기하며 작업했다. 노래 부르면서 춤추는 장면이긴 하지만 우리들 나름대로 겁을 냈던 장면이다. 다행히 이제훈이 잘 소화하고 임원희 형도 능청스럽게 해서 고비를 잘 넘겼다.”

-‘내부자들’의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강박이 있나.

“그런 것에 대한 욕망이나 강박은 없다. 주어지는 역할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뿐이다. ‘피로감을 주는 역할을 많이 해서 앞으로 작품 속 나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또는 ‘능력과 상관없이 나를 보면서 관객이 지겨워하고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가 내 지금 고민 중 가장 크다.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변주하고 확장할지 그런 연구를 하는 게 나의 의무다.”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와 코믹한 캐릭터 중 연기하기 수월한 역할은.

“아무래도 코믹한 연기를 할 때 혈압이 덜 오른다. (웃음) 긴장감을 팽팽하게 갖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들을 맡다가 편한 캐릭터를 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긴 한다.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악역보다 쉽다는 건 아니다. 어느 작품이나 수고로운 건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어떤 모습에 더 가깝나.

“예전에는 진중하고 진지했는데 요즘에는 좀 더 유연하고 편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마흔이 넘어가니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좀 더 편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이런 고민과 실천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내 멘토인 이성민 선배가 늘 그렇게 사람들을 편하게 대한다. 그 모습을 보고 배움에 의한 실천을 했는데 정말 좋았다.”

-코로나19 시국 속 상업영화 ‘도굴’이 출사표를 던졌다.

“‘도굴’이 가진 숙명인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홍보를 하는 것뿐이다.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그래서 떠오르는 것 같다. 작품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안 하던 홍보를 많이 하고 있는데 뭐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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