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국 우선주의·탈중국 기조 유지…불확실한 대외 환경 지속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스크린에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두 명의 미국 대선 후보마다 방식과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대중 견제는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 업계 전문가들은 무역분쟁과 기술냉전 양상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자국 우선주의와 탈중국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시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길은 더욱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 9월 15일 시행된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중국 화웨이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고강도 제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

미국은 애초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 가운데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장비가 들어간 경우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화웨이가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을 통해 반도체를 수급하는 건 허용했었지만, 추가 제재를 통해 다른 기업이 설계해 생산한 반도체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이미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도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지속 이어지면서 당분간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통상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고, 대외정책 불확실성은 트럼프 정부보다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양 후보 중 누가 당선되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가 조금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권 재집권이냐 새로운 정부의 탄생이냐를 떠나 실제 미국의 대중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이 오히려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능성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이후 역대 분기 최고인 매출 66조9642억원을 기록하며 미중 무역갈등의 불확실성 요인을 떨쳐냈다. 

특히 화웨이가 미국 제재 시작 전 반도체 물량을 긴급 발주하며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부문 모두 출하량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의 긴급 주문과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중화권 고객사들의 수요가 증가하며 2분기 연속 1조원 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종합해보면 동맹국 공조일지 일방적 수입 규제일지의 차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돼 수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동맹국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국이 미·중 갈등을 넘어 긍정적인 요인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오늘(5일) 열린 '2021년 미국 신정부 출범과 한국에의 시사점 좌담회'에서 "우리 경제에 한미관계의 영향력이 큰 만큼 한국경제계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정책 변화에 신속히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