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창궐 후 잔뜩 움츠러들었던 극장이 다시 정상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도굴’은 개봉 첫 주 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25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앞서 여름 성수기 시즌(7월 말부터 8월 초), 추석 연휴 기간에도 영화관은 반짝 활기를 띤 바 있지만 비수기인 11월과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 속 낸 성적이라 더 의미가 깊다. 이 같은 극장의 관객수 회복세는 지난 7일부터 극장 내 띄어앉기가 해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일행과 띄어앉기 NO..다시 활력 찾은 극장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했다. 새로운 거리두기1단계에 따라 영화관·공연장의 띄어앉기는 해제됐다.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주기적인 환기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은 준수되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관객들은 새로운 거리두리가 시행됨에 따라 다시 극장을 찾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봉한 ‘도굴’은 6일부터 8일까지 주말 간 42만3576명의 관객들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 56만5470명에 달한다. 특히 토, 일요일인 주말 이틀 간 각각 17만8543명, 16만7849명을 동원하며 성과를 냈다. 영화 한 편당 관객수가 10만 명 이하로 그치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같은 기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8만5180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지난 달 21일 개봉해 장기흥행 중인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25만7443명이다.

새로운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 주말(10월 30일부터 1일)과 비교해도 관객수는 차이를 보인다. 1위에 올랐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38만4251명을 동원했고 2위에 오른 ‘담보’는 5만4163명을 불러들였다.

앞서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한 9월 극장가에 비해 11월은 빙하기가 풀리며 활기를 맞을 조짐을 보인다. 영진위는 9월 극장 관객수가 299만명으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80%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9월까지 관객수는 4986만명, 매출액은 42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10월에는 다시 얼어붙은 극장가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가 겹치며 극장을 찾은 총 월 관객수는 463만3604명을 기록했다. 아직 한 주밖에 지나지 않은 11월은 관객수 131만6898명으로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할 시 10월을 뛰어넘은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도굴’의 반응이 좋다. 힘든 시기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로 입소문이 난 만큼 2주차에 관객을 더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역시 개봉 첫 주보다 2주차에 성적이 더 좋았다.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는 만큼 관객들의 발걸음이 늘어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 “극장 가기 불안하다” VS “일행과 함께 관람해 만족”

그러나 영화관 띄어앉기 해제를 두고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극장의 띄어앉기 해제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반응과 일행과 다시 영화를 함께 관람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일 신규 확진자 143명을 기록하며 누적 확진자 2만7427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상황 속 영화관 띄어앉기 해제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극장을 찾아도 거리를 두고 앉아야 했던 관객은 띄어앉기 해제를 반기고 있다. 영화 관람 외 식사와 차를 마시며 일상을 함께 했던 시민들은 띄어앉기가 시행됐을 때 극장에 발길을 돌리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현재까지 극장 내 집단 감염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여러 집단의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다른 좌석과 띄어앉기를 하며 주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일부 관객의 일행 외 거리두기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행 외 거리두기 시스템을 고려 안 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초기에도 고민해왔다”라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담되고 관객 입장에서도 강제성에 대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연합뉴스, CGV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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