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걸그룹 에프엑스(fx) 크리스탈이 배우 정수정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영화 ‘애비규환’(12일 개봉)에서 5개월 차 임산부 토일 역을 맡아 처음으로 독립영화에 참여했다.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가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에서 주체적인 캐릭터로 현대의 여성상을 대변했다. 정수정은 “임산부 캐릭터라 복대를 차고 연기해야 했다”며 “여름날씨라 더운 것 말고는 즐거웠던 작업”이라고 돌이켰다. 지난 2009년 16세의 나이로 에프엑스 멤버로 데뷔해 크리스탈로 사랑 받은 정수정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가수활동도 열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냉미녀’로 불리기도 했는데 ‘애비규환’에서는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토일은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한데다 책임감도 있다. 자기가 저질러놓은 일은 자기가 수습해야 하는 애다. 외적으로 꾸미는 캐릭터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토일이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제멋대로인 것 아닌가 싶었다. 임신 사실을 5개월씩이나 부모님에게 숨기는 건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한테 설득 당했다. (웃음) 최대한 토일이 미워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고 했다.”

-만삭분장을 하고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최하나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그러면 안 된다’며 볼이 너무 쏙 들어가있다고 했다. (웃음) 그날부터 감독님과 맛있는 걸 많이 먹으러 다녔다. 몸무게를 못 재서 몇 kg인지는 모르지만 스크린으로 보니 통통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사람들이 캐릭터로 봐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인데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

“임산부라면 걸음걸이나 자세가 많이 다를 줄 알았다. 실제로 주위에 임산부 언니들이 있었고 영상도 찾아보곤 했다. 크게 다른 게 없었다.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복대를 찼다. 복대를 차니 너무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왔다. 불편하고 무게가 있다 보니까 걸음걸이가 느리고 배를 손으로 받치게 되더라. 똑바로 눕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다. 실제로 임신을 경험한 것 같았다. 무거운 백팩을 매일 메는 느낌이었다. 촬영이 끝나니 자세가 다 틀어져서 도수치료도 받았다.”

-장혜진과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실제로 굉장히 친해 보이는데 호흡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굉장히 밝으시고 항상 기분이 업 돼 계셨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잘 전파하셨다. 때론 친구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하다. 실제로도 언니, 엄마라고 부른다. 너무 좋은 선배를 만나게 된 것 같다. 촬영장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아빠로 나온 최덕문 선배와도 자주 만났다. 매번 만날 때마다 또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첫 영화의 첫 장면을 키스신으로 열었다.

“멘붕이였다. 신재휘와 몇 번 안 만나본 상태에서 한 거라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다. 오래 만난 사이이자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 해서 테이크도 여러 번 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혼을 다해서 찍었다. 많이 힘들었다.”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낀 결정적인 순간이나 계기가 있나.

“연기라는 게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아닌가.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내가 지금 내 나이에 여군을 해보고 감옥을 간 남자친구를 만나겠나. 이런 게 다 신기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나와 또 다른 인물들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애비규환’과 현재 방영 중인 OCN 드라마 ‘서치’ 모두 주체적인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의 출연 제안이 잘 오는 편인가.

“제안이 많이 오기도 하고 나 역시 그런 캐릭터에 좀 끌린다. 순간순간에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해온 작품들 속 캐릭터가 좀 강한 여성의 느낌이 있더라. 당차고 이런 여자들의 모습에 끌림을 느끼는 것 같다.”

-무대 위 크리스탈과 배우 정수정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나.

“무대는 무대고 연기는 연기다. 늘 그렇게 해왔다. ‘애비규환’을 보고 ‘토일이 같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연기할 때는 그 캐릭터로 봐주는 게 좋은 것 같다. 무대에서는 ‘되게 멋있다’는 말을 들으면 좋다. 무대와 연기는 결이 다르다. 차이점을 하나로 꼽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음반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내는 것도 아니다. 둘 다 적성에 맞는다.”

-에프엑스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데 향후 활동 계획이 없나.

“지금은 계획 없다. 우리끼리 만나면 항상 ‘뭐라도 하고 싶다’는 얘기는 늘 한다. 그룹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정말 많이 아쉽다. 그 누구보다 아쉬운 건 우리인 것 같다. 참 슬프지만 지금은 각자 위치에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멤버들이 다 외국에 나가 있어서 보지를 못 한다. 루나 언니는 뮤지컬 연습에 한창이고.”

사진=에이치앤드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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