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내가 죽던 날’은 한 소녀의 실종을 추격하던 형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추리극인 듯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인생을 다룬 감성 드라마다. 인생의 절벽 끝에 서 있는 듯한 이들의 새로운 삶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내가 죽던 날’의 형사 현수(김혜수)는 남편과의 이혼 문제와 사고로 오랜 공백을 지닌 인물이다. 이혼 재판을 앞두고 복직을 앞둔 현수는 외딴섬에서 발생한 소녀 세진(노정의)의 실종 사건을 자살로 종결 짓기 위해 섬으로 향한다.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을 만나 그의 행적을 추적해 나간다. 아빠와 오빠의 그릇된 행동으로 온전히 혼자 고통을 감내한 세진의 사연을 알게 된 현수. 사건을 추적할수록 자신의 모습과 닮은 세진에게 점점 몰두하게 된다. 현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고 삶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내가 죽던 날’은 제목과는 달리 따뜻한 감성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진다. 삶의 위기 속 포기를 고민하는 혹자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듯이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케 하는 치유의 드라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리뷰.

극 중 순천댁의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는 대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좋은 날만 있고 나쁜 날만 있을 수 없듯이 일희일비 하지 말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을.

전반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품고 있지만 영화가 지닌 힘은 다소 헐거워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초반부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현수의 모습은 흥미진진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결말 역시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소 힘을 잃는 전개 속에서도 김혜수, 이정은의 연기 합은 빛을 발한다.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 피곤한 일상에 찌든 현수를 표현한 김혜수는 정확한 딕션과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 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목소리 없는 연기를 펼친 이정은 역시 얼굴 표정만으로도 묵직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울림을 준다. 아역배우 출신 노정의는 사건의 중심에 선 사라진 소녀 세진으로 분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한다.

러닝타임 116분. 12세 관람가. 12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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