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외 백신·치료제 소식에 당국 ‘신중’…국내 개발도 속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4∼5일 이내에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현황 및 확보 진행 사항도 덩달아 주목된다.

화이자 백신, 릴리 치료제 긍정적 효과 기대 ↑

화이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록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준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홍역 백신(93% 효과)만큼 예방 효과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일라이릴리는 개발 중인 코로나 19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 소식을 알렸다.

FDA는 9일(현지시간) 릴리가 캐나다 생명공학업체 엡셀레라와 함께 개발 중인 단일클론 항체치료제 'LY-CoV555'을 코로나19 경증환자들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승인했다고 밝혔다.

투여 대상은 아직 입원하지 않았지만, 65세 이상이나 12세 이하 등 연령이나 다른 요인 때문에 중증 환자가 될 위험이 큰 이들이다.

보건 당국 ‘신중’·…접종 시점 내년 ‘하반기’

우리 보건당국은 화이자의 중간 결과 발표에 대해 ‘고무적’이라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화이자 발표는 임상 3상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3상의 초기 중간결과여서 안정성 등에 대한 판단여부를 좀 더 지켜 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임상 3상의 최종 결과가 나와 미국 FDA의 승인이 나도 대량 생산과 각국으로의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 정부는 백신 확보 이후 접종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접종과 부작용 여부를 봐가면서 안정성 확보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부본부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고, (이와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고, 또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접종전략을 수정·보완하면서 콜드체인(저온유통)도 챙기는 등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아무래도 내년 2분기 이후 시점에나 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제약사와 개별적으로도 계약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코로나19 백신을 내년에 확보하기 위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지난달 9일 확약서를 제출하고 선급금을 지불했다"며 "해당 회사(화이자)의 백신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후보지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글로벌 제약사와 양자 간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선확보 노력의 막바지 진행을 하고 있다"며 "일단 임상3상에 돌입해 있는 모든 기관과는 대화하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장치료제 개발 과정을 지켜보는 GC녹십자 연구원. /GC녹십자 제공

 

우리나라 백신·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세계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확보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승인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은 총 28건으로 치료제 26건, 백신 2건이다.

이중 치료제 임상 7건이 종료됐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치료제 19건, 백신 2건으로 총 21건이다. 제약사 임상은 18건, 연구자 임상은 3건이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을 지원하고 있다. 제넥신은 현재 임상 1상 중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임상1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단계에 있는 치료제로는 ▲부광약품·신풍제약·대웅제약 등의 항바이러스제 ▲셀트리온 중화항체 치료제 ▲GC녹십자 혈장 치료제 ▲엔지켐생명과학 면역조절제 등이다.

이 중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날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4∼5일 이내에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임상을 해봤던 결과를 보면 4∼5일이면 몸 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 사멸된다"며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장기 손상 환자로 발전할 확률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과 3상을 하고 있으며, 4∼5일 이내 바이러스 사멸한다는 결과는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서 회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생산에 돌입했으며, 올해 안에 임상 결과가 나오면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도 신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생산 공정 검증을 위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대량 생산에 착수한 상태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임상시험과 별개로 병원에서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승인받은 건수가 2건 늘어 총 5건이 됐다.

식약처는 전날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데 대한 승인을 내줬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분획해 만드는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현재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의 혈장치료제 사용 승인은 임상시험과는 별개다. 식약처는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에 한해 허가되지 않은 임상 시험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운용 중이다.

다만 두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경증 고위험군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지만, 목표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목표 인원은 혈장치료제 60명, 항체치료제 300명이다.

질병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혈장치료제 임상시험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은 12개, 확진자는 11명이다.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에는 의료기관 17곳에서 확진자 51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중 국내 환자는 10명, 해외 환자는 41명이다.

권 본부장은 "확진자가 충분히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동시에 확진자가 입원·격리돼 있는 의료기관이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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