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0일 제재심을 개최하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다수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밤 늦게까지 가진 라임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의 전·현직 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 심의 결과 자체로는 법적 효력이 없다. 이에 추후 금감원장의 결재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최종 제재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만약 제재심의 중징계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앞서 은행권의 해외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와 비슷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선 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문책경고) 제재 결정에 불복해 올해 상반기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제재심을 개최하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 금감원은 이미 2차례의 제재심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이 3번째 논의다.

이번 제재심에선 라임 사태 당시 각 증권사의 CEO들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이다.

이 중 유일한 현직 증권사 CEO인 박정림 대표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윤경은 전 대표와 김형진 전 대표, 나재철 전 대표는 직무 정지 상당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앞서 이들 4명의 CEO에게 직무 정지 제재 검토의견을 사전 통보했으나, 박 대표만 한 단계 감경된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KB증권 CEO를 맡고 있는 박 대표의 입장에선 이번 중징계로 인해 KB증권 CEO 연임 도전이나, 새롭게 KB국민은행장 도전 등 향후 거취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금융투자협회장을 맡은 나 전 대표 역시 현재 입지는 물론 향후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김병철 전 대표는 이들보다 한 단계 경감된 수준의 제재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날 제재심에서 기관 제재의 경우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결정됐다. 대신증권에 대해선 반포 WM센터의 폐쇄 및 과태료 부과를 건의키로 했다.

금감원은 각 증권사별 제재안 결정의 이유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 은폐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71조), 라임 무역금융펀드 및 독일 헤리티지 DLS 특정금전신탁 등 금융투자상품 부당권유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49조)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지배구조법 제24조)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KB증권의 경우엔 라임펀드에 대한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자본시장법 제49조),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 은폐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71조)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지배구조법 제24조) 등이, 대신증권은 라임펀드에 대한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자본시장법 제49조)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지배구조법 제24조) 등이 이번 제재의 이유가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심의대상이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 사안인 점 등을 감안해 법률대리인을 포함한 증권사 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하는 한편,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제재 내용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재안 결정의 공통된 근거로 제시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지배구조법 제24조)은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선 DLF 사태 당시에도 주요 은행장에 대한 제재 근거로 제시된 바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은 법 조항 자체가 다소 모호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해석을 두고 다툼이 일고 있다.

이미 DLF 사태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은행들의 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증권사들 마다 향후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의 내용 자체가 다소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애매한 법조항을 근거로 매번 금융사고가 있을 때마다 금융사 CEO를 제재한다면 누가 CEO 자리를 맡아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