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시대 속 영화계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서로 경쟁해왔던 극장과 넷플릭스가 손을 잡은 모양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하며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 ‘힐빌리의 노래’ ‘맹크’ 극장 개봉..홀드백 기간 거쳐

넷플릭스 영화인 ‘힐빌리의 노래’는 11일 극장 개봉했다. CGV는 전국 30개관, 롯데시네마는 서울 4개, 부산 1개 등 5개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 영화에 가장 먼저 빗장을 풀었던 메가박스플러스엠이 이 영화를 배급한다. ‘힐빌리의 노래’는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조우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실화를 그린 영화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다빈치 코드’ 3부작, ‘신데렐라 맨’ ‘아폴로 13’을 연출하고, ‘뷰티풀 마인드’로 제74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장 상영 후 2주 뒤인 24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약 2주의 홀드백(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필요한 기간)을 두기로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넷플릭스의 또 다른 영화 ‘맹크’ 역시 극장 상영을 결정했다. 냉소적이고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맹키위츠가 훗날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시민 케인’ 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을 통해 1930년대의 할리우드를 재조명하는 영화다. ‘세븐’ ‘파이트클럽’ ‘소셜 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등을 연출한 명장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했다. 게리 올드만, 아만다 사이프리드, 릴리 콜린스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한국 극장배급은 메가박스플러스엠이 맡았고 극장 개봉일은 오는 18일이다. ‘힐빌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홀드백 기간을 거쳐 12월 4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 신작 개봉 無?..극장이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

CGV와 롯데시네마가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신작의 부재와 관객수 급감 때문이라는 중론이다. 10월 기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의 결제 금액이 51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점 역시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사실 극장과 넷플릭스는 오래 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극장 상영을 두고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넷플릭스는 ‘옥자’를 극장과 넷플릭스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밝혔으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홀드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극장 상영을 거부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홀드백 기간에 협의하며 ‘더 킹: 헨리 5세’ ‘아이리시맨’ 등을 메가박스에서 상영했다. 하지만 3대 멀티플렉스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손잡은 메가박스와 달리 CGV와 롯데시네마는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 영화라 상영을 안 한 게 아니다. 극장 상영 같은 경우 편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협의 기간과 홀드백 기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라며 “‘옥자’는 사전 협의 전 언론을 통해 극장 개봉을 한다고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메가박스플러스엠과는 사전에 충분한 개봉 일정과 홀드백 기간을 협의했다”며 “개봉 일정에 따라 흥행이 결정되기도 하는 만큼 사전 협의는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인만큼 극장 역시 넷플릭스 영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래다”라며 “다양한 작품들을 극장에서 개봉하며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극장의 생존법 중 하나인 것 같다”라고 했다.

CGV 관계자 역시 “관객 입장에서 볼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전하는 것 자체로 극장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또 지금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영화 ‘더 프롬’과 ‘미드나이트 스카이’ 역시 12월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 ‘더 프롬’은 한 물 간 뮤지컬 배우들과 성소수자 소녀의 유쾌한 소동을 다룬 뮤지컬 영화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아포칼립스 이후를 배경으로 한 SF물이다.

사진='힐빌리의 노래' '맹크'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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