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이웃사촌’은 예비 대선후보와 그를 감시하는 도청팀장이 진짜 이웃사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다. 기존의 휴먼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적재적소에 웃음과 감동을 배치하려 했으나 전형적인 클리셰에 갇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

‘이웃사촌’은 1985년을 배경으로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안정부 김실장(김희원)의 좌천위기를 이겨낼 절체절명의 미션을 받게 된다. 바로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라는 것. 대권은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옆집에 이사 온 평범한 주민 행세를 한다. 예비 대선후보 이의식(오달수)은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대권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 '이웃사촌' 리뷰.

‘이웃사촌’은 전혀 다른 목적을 지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나누며 이웃사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비록 정치적 성향은 다른 이들이 이웃이 되어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던 암울한 시기 속 국가안보정책국은 이의식을 탄압하고 민주화의 흐름을 막는다.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믿었던 대권은 이의식을 도청하고 감시하며 진실을 알게 되고 서서히 그의 진심을 믿게 된다.

이환경 감독의 전작인 ‘7번방의 선물’과 전체적인 맥락이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연대, 가족과 사랑을 나누는 ‘착한’ 메시지가 이번 영화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작과 비슷한 구조로 익숙하게 전개되는 ‘이웃사촌’. 여느 휴먼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서로에 대해 몰랐던 주인공들이 마음을 열고 정을 쌓는 와중에 그들을 훼방하는 ‘악역’의 등장,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갈등 해소가 ‘이웃사촌’의 얼개다. 좀처럼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가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단조로운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는 점 역시 후반부의 힘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형적인 구성 속 1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보는 이들을 지루하게 한다.

‘이웃사촌’은 성추문으로 논란이 된 오달수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당초 2018년 촬영을 끝내고 같은 해 개봉하기로 했으나 ‘오달수 논란’으로 인해 표류한 바 있다. 어렵사리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관객들의 발길을 당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극 중 오달수가 분한 이의식은 가족과 이웃을 아끼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이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오달수가 연기한 ‘존경 받는 정치인’에 보는 이들이 몰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우가 대권 역을 맡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카리스마 있는 도청팀장부터 친근한 이웃사촌의 모습까지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받혀준다. 비록 비중은 적지만 감초 같은 연기를 펼친 조현철의 모습도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러닝타임 130분. 12세 관람가. 11월 25일 개봉.

사진='이웃사촌'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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