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미나리’를 향한 해외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지난 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을 휩쓴 영화 ‘기생충’이 계보를 잇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미나리’·윤여정 향한 美관심..오스카서 파란 일으키나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으로 '문라이트' '유전' 등을 만든 A24가 투자했으며 ‘노예12년’ ‘월드워Z’ ‘옥자’ 등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가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등이 출연헀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의 최고상인 심사위원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주연배우 윤여정은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 어워드의 최우수 연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쓰리 빌보드’로 제9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세계적인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딸 모니카(한예리)의 요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순자 역을 맡는다. 이 외에도 ‘미스 주네테’ 니콜 비헤리,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제시 버클리, ‘더 네스트’ 캐리 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내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 등은 윤여정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미국의 시상식 예측 전문 사이트 어워즈 와치 역시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강력 후보 10인 중 한 명으로 윤여정을 꼽았다. 윤여정은 이에 대해 “후보에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다. 만약 못 올라가면 나는 못 탄 게 되는 거 아니냐”라며 민망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여정은 현재 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글로벌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대서사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8부작으로 담아낸 드라마로 한국, 일본, 미국 제작진이 함께한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국어로 진행된다.

또한 ‘미나리’는 유럽 바야돌리드 영화제의 작품상 부문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돼 할리우드에 이어 유럽 영화계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보편적 가족의 의미

‘미나리’는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달성했다. 외신들은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은 '가족'의 보편적인 의미”(Variety), “올해 최고의 영화”(CBR), “이 시대 최고의 감독으로 성장한 정이삭 감독”(The Playlist),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운 가족”(Guardian), “낯선 미국의 평범한 한국인 가족, 그들이 만든 눈부신 순간들”(Entertainment Weekly), “따뜻하고 특별하다. 애정과 정성이 가득한 작품”(RogerEbert.com), “친근한데 특별하고, 보편적인데 깊이 있다”(Battle Royale with Cheese) 등으로 호평했다.

‘미나리’의 행보는 지난 해 세계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과 묘하게 겹친다. 일찌감치 오스카 레이스에 청신호를 켠 데다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한 점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기생충’은 한국영화고 ‘미나리’는 미국영화지만 한국배우들이 주연이라는 것과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점에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미나리’가 미국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친숙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세계 각지에서 이민 온 가족이 많은 나라인만큼 소재에 대한 친숙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은 데다 배우들의 조합 역시 나무랄 데 없다는 평이 뒤따른다.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오스카의 청신호를 켠 ‘미나리’가 ‘기생충’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의 후보 발표는 2021년 3월 15일이다.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