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키로 하면서 양사의 시너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한공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세계 7위 규모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주식시장에 전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물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공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며 양사의 합병 시너지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4.13% 오른 5800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24% 이상 급등세를 보였으나 장 후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대한항공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가격제한폭까지 급등,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시도가 무산된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한때 약세를 보였으나, 최근 재차 대한항공의 인수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 반전에 성공, 최근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한진칼은 한국산업은행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추진 등을 위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받아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제3자배정)에 참여하고, 3000억원의 교환사채도 인수해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한진칼에 투입한다. 한진칼은 이 자금을 모두 활용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투자금을 포함해 총 2조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이 중 1조 5000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에 활용하고, 나머지 1조원은 채무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도 인수해 총 1조 8000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한다.

이처럼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반면 인수주체가 된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날 급등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과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날 12% 이상 강세를 보였던 대한항공 주가는 이날 9% 가량 하락 마감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여객 점유율 합은 39.5%, 자회사 및 계열사 포함시 56.4%"라며 "(이들의) 통합 법인은 국내 유일의 FSC(Full Service Carrier)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합병으로 중복 노선 정리를 통한 경쟁 완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와 대규모 자금지원으로 인해 경영권 분쟁 우려가 크게 사그러든 한진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대감으로 5% 가량 주가가 오르긴 했으나, 이날은 9% 가까운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한진칼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중 전날 하루를 제외하곤 모두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5거래일 동안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무조건적으로 한진그룹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밝힌 바 있지만, 이전에 발행한 3000억원의 BW가 모두 신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고,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합치면 45.3%"라며 "(이번 유증으로) 조현아, KCGI, 반도건설의 3자연합 지분율은 기존 45%에서 40.5%까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KCGI의 공격적 지분 확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한진칼) 주가가 상승한 이슈는 소재 소멸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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