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tvN '산후조리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지만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인 오현진(엄지원)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격정 출산 느와르. 자체 최고 시청률은 4.2%이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돼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 섬세한 과정으로 그리는 출산 과정

'산후조리원'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행복 가득한 임출육(임신ㆍ출산ㆍ육아) 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힘들다'는 한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출산 과정을 여러 단계로 세세하게 표현했다.

극 중 현진은 출산 16시간 전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출산 단계에 돌입한다. 관장과 제모로 극강의 굴욕감을 선사해준 제1기 굴욕기를 지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에 무통 주사를 달라고 울부짖게 되는 제2기 짐승기를 겪으면 폭풍 전야의 무통 천국기가 찾아온다. 그 다음 단계로 아이가 태어날 대까지의 출산의 고통을 표현한 대환장 파티기를 견디면 마지막으로 반드시 기쁨기를 맞는다. 대환장 파티기에서는 아이를 출산하기 직전 많은 산모들이 말하는 '딱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을 침대 밑에 서 있는 저승사자로 표현했다.

험난한 출산이 끝난 후 평화가 찾아올 줄 알았지만 현진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굴욕과 인내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소확행을 즐기던 현진은 수유 때문에 한동안 커피 금지령을 당했고 오직 미역국만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닥쳤다. 커피가 순식간에 미역국으로 변하며 현진은 좌절을 맛본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CG를 통해 연출된 장면들은 자칫 애니메이션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연출 속에 담긴 내용이 워낙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리얼리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지수를 더욱 높였다.

■ '이 이방인이 내 아이?'

또한 '산후조리원'에서는 지금까지 단순하게 축복이라고 그려지는 출산 후 엄마의 심리상태를 보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출산 후 현진은 기쁨기에 돌입했지만 아이를 보고 기쁨보다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시댁 식구들과 남편은 아이를 보고 행복해하기 바쁘지만 현진에게는 아이가 아직 낯설다. 현진이 알고 있던 사실에 의하면 아이를 낳자마자 모성애가 샘솟고 아이에 대한 애착이 생겨야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감정은 그와 다르다. 이로 인해 현진은 자신이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인지 자책하기까지 이른다. 

육아 과정도 마찬가지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육아 과정에서 고충을 겪는 엄마들을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하는 사회적 잣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산부인과를 떠나 산후조리원에 입성하게 된 현진은 그 안에서 산모를 사람이 아닌 아이 키우는 도구로 취급하는 기이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의 나이나 경력, 학벌 등은 산후조리원 안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저 여성들은 모유의 양으로 일종의 계급이 나뉘고 모성을 입증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자신의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는다. 그저 누구의 엄마로 불릴 뿐이다.  

현진이 "아이만 낳으면 당연히 생기는게 모성인 줄 알았다. 난 아이를 잊어버리는 이상한 엄마였고 엄마가 되기 전의 삶이 훨씬 더 익숙했다. 하지만 완벽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없었다"며 "엄마 같지도 않고 예전의 나도 아니다. 요즘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대사는 현실 그 자체다.

■ 리얼리티 높인 캐릭터

각자의 고충을 안고 임출육을 겪는 캐릭터들도 현실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소다. 

조은정(박하선)은 미모와 육아 능력, 남편의 사랑까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완벽해 보이는 베테랑 다둥이 엄마로 세레니티에서 가장 앞쪽 칸에 위치한 권력자다. 하지만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상태를 배려하지 않은 남편 때문에 남들 몰래 쌍둥이를 산후조리원에서 돌본다.

톱스타였지만 임신 후 35kg이 찐 한효린(박시연)도 힘들긴 마찬가지. 한효린은 "여배우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출연료부터 깎인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20년 바쳐서 해온 일인데 열심히 살 빼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일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어진다"며 "그냥 은퇴해버릴까"라고 좌절하기도 한다.

이는 현진에게도 높은 공감대를 이룬다. 임신 후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양수가 터지는 순간까지 고군분투 해야 했던 워킹맘 현진도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후조리원'이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김지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극 중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는 김지수 작가가 실제 출산하면서 느낀 감정과 경험담을 담았다. 이에 김지수 작가는 "하루 만에 내 인생의 중심이 완전히 아이가 도면서 느끼게 된 혼란스러움, 그 포인트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가 출산의 경험이 없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인지 주인공의 감정에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지를 많이 의심하고 확인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지수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엄마들의 솔직한 성장기를 지켜보는 것과 곳곳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패러디와 상상씬을 기대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산후조리원'은 다음 주 2회 방송분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산모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2주간 머무른다는 것을 반영해 드라마 역시 8부작으로 끝낸다. 기존의 드라마가 보통 16부작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짧은 분량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마무리될지 시선이 모인다.

사진=tvN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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