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정우가 오랜만에 관객 앞에 나섰다. 지난 2018년 초 촬영을 끝낸 작품 ‘이웃사촌’(25일 개봉)을 통해서다. 당초 같은 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주연배우 오달수의 성추문 논란으로 3년 만에 베일을 벗게 됐다. 정우는 극 중 정치인 의식(오달수)을 감시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았다. 의식을 불온한 사상을 가진 정치인으로만 치부하던 대권은 인간적인 그의 모습에 조금씩 동화된다. 정우는 3년 만에 ‘이웃사촌’을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라며 “영화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 배우 김유미와 결혼해 한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정우는 “가족에게 힘든 일을 알리지 않는 대권의 마음이 이해됐다”고 했다.

-영화가 3년 만에 나오게 됐는데 소감은 어떤가.

“아직 홀가분하다는 마음보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설레기도 하고 기대된다. 어떻게 보실 지 궁금하다.”

-‘이웃사촌’은 휴머니즘이 짙게 깔린 영화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인가.

“작품 선택을 할 때 배우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건 시나리오 아닌가. 그런데 이번 작품은 좀 달랐다. ‘그놈은 멋있었다’로 이환경 감독님을 안 지 15년이 됐는데 사실 이 감독님과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다. 처음 출연 제안을 주실 때 이런 작품이 있는데 한 번 검토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애정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천만 감독’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다. 외적인 부분보다 내적으로 연출자로서 큰 성장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을 대하는 노하우나 행동이 궁금했다. 겪어보니 감독님은 더 섬세하고 집요해졌다. 배우의 감정을 정말 잘 이해해줬다.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감독님과 소통이 원활하게 되다 보니 신났던 것 같다.”

-대권이 의식(오달수)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야 했을 텐데.

“물론 고민을 했지만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감정이 애매하지 않았다. 표현돼 있는 신들이 명확한 편이었다. 시나리오에서부터 감정들이 쌓여가는 게 느껴졌다. 또 도청을 하는 모습이 한정된 공간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느꼈다.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평면적이지 않은 모습이 뭐가 있을까를 연구했다. 어떨 때는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감정적인 부분으로 눈빛이나 시선 처리로 대신한 적도 있다.”

-오달수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오)달수 선배는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니까 연기하기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말수는 적은 편이지만 든든한 힘이 돼 주셨다. 달수 선배뿐 아니라 (김)희원 형도 그렇고 (김)병철 형도 너무 준비를 철저히 해오셔서 선배들과 촬영할 때 현장이 지체된 적이 없다.”

-‘이웃사촌을 촬영하며 사람 정우의 모습도 변화한 게 있나.

“사실 그 전에는 영화라는 건 예민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며 느낀 건 어떻게 보면 연기라는 게 마음을 비우고 접근해야 하다는 걸 느꼈다. 그 전에는 꽉 채운 상태에서 뭔가를 뿜어내려고 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채우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변하는 것 같다.”

-대권은 자신의 힘든 일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데.

“대권은 본인의 일을 사수하려고 한다. 얼마나 애처롭고 힘든 상황인지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다.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아버지들을 응원하게 된다. 언제나 나는 부족한 아버지다. ‘아버지’라는 단어 자체가 나와는 먼 것 같다.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 낯선 느낌이 있다. 많이 부족하다. ‘아버지’보다 ‘아빠’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것 같다.”

-카카오TV 새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를 촬영 중이다. 새로운 플랫폼인데 두려움은 없나.

“두려움은 전혀 없다. 사실 ‘이웃사촌’도 그렇고 촬영을 마친 ‘뜨거운 피’ 역시 감정 소모가 굉장히 심했다. 분위기를 쇄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작품이 찾아왔다. 대중과 팬 분들이 편히 볼 수 있는 밝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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