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42번 국도를 달리고 있는 횡성루지 체험객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조선시대 서울과 강릉을 오가던 유일한 옛길인 관동옛길이 변하고 있다. 그 중 단연 으뜸은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에서 안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예전에 이 고개를 전재라 불렀다. 이후 1995년 터널이 뚫리면서 '새 국도 42호선'이 개발됐다.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옛 42번 국도'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사장될 것 같았던 '옛 42번 국도'는 환골탈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친숙해진 루지가 바퀴를 달고 '옛 42번 국도'를 달리는 사계절 레저 스포츠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루지를 타고 옛 42번 국도를 달리고 있는 체험객.

◆ 시속 30km의 짜릿함…루지 타고 즐기는 관동 옛길
 
상쾌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안전 요원의 신호에 따라 루지의 주행 페달에 힘을 가했다. 가속 구간을 지나 시속 30km에 달했다. 눈가를 스치던 가을바람이 눈물이 돼 흘렀다. 시속 30km가 이렇게 빠른 속도였는지 미처 몰랐다. 속도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여기저기 설치된 장애물을 요리저리 피하는 쏠쏠한 재미까지 만끽하며 고갯마루에서 산중턱까지 이어진 2.4km의 루지 코스를 달렸다. 2.4km는 국내 최장 길이의 루지 코스다. 횡성군은 세계 최장이라고 뿌듯해 했다.  

길게 늘어선 옛 42번 국도 위를 루지 체험객들이 질주하고 있다. 

루지는 중력에 몸을 맡긴 채 속도감을 즐기는 레저스포츠다. 가속은 쉽지만 감속은 맘은 같지 않다. 자칫 루지가 전복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안전이 중요하다. 횡성의 루지 코스는 쓰임을 다한 기존 도로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인위적으로 급커브와 급경사를 만든 다른 루지 체험장과 다르다. 여기에 '옛 42번 국도'를 감싸는 풍광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또 일부 구간에 터널을 통과하듯 트릭아트와 조형물을 배치한 것도 재미요소다. 
 
헬멧 등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장비를 착용하고 기초적인 교육을 받는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루지를 즐길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매표소에서 출발지점까지 일반 도로를 이용하는 셔틀버스 또는 전기 카트를 타면 된다. 2회 이상 탑승자는 도착지점에서 전동차를 타고 코스를 거슬러 올라간다. 가격은 평일 기본 1만2000원이며 횟수와 요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루지를 이용할 경우 횡성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상품권도 이용할 수 있다. 

갓 나온 안흥찐빵이 맛깔스럽다. 

◆ 원조 안흥찐빵의 고소함을 맛보다
 
'새 42번 국도'를 따라 전재터널을 지나면 안흥면이 나온다. 한 번쯤 들어봤을 '안흥찐빵'의 고향이 바로 안흥면이다. 안흥면에는 '안흥찐빵마을'이 있다. 곳곳에 '원조' 간판을 내건 안흥찐빵 가게가 군침을 돌게 한다. 그 중 안흥면사무소 앞에 자리한 '심순녀안흥찐빵'과 '면사무소앞 안흥찐빵'은 지역에서도 인정하는 '원조'다. 두 가게의 주인장은 자매 사이다. 평일 오후에 찾았지만 이미 찐방을 사려는 긴 줄이 늘어섰을 정도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이다. 안흥찐빵은 막걸리를 섞어 반죽한 밀가루에 국내 팥소로 빵을 만든 다음 하루 동안 숙성해 쪄낸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레시피지만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안흥찐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달지 않으면서도 쫄깃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매력을 품고 있다. 

원조 안흥찐빵 집으로 유명한 '면사무소앞 안흥찐방' 가게 전경. 

왜 안흥찐빵일까. 횡성군의 설명은 이렇다. "안흥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지형이고 경강로의 중간지점이다. 횡성으로 가기 위해선 전재를, 평창으로 넘어가려면 문재를 지나야 하는데, 안흥이 중간 기점이다. 그래서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사람들이 한 번은 쉬어가는 곳이 안흥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이 서고 상권이 형성됐다. 주민들은 새참거리나 간식으로 먹던 찐빵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그렇게 안흥찐빵이 명성을 얻었다.” 
 
'옛 42번 국도'의 변신을 온몸으로 느끼며 루지의 짜릿함과 안흥찐빵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느끼러 횡성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흐뭇한 미소가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횡성=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