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칠 줄 모르는 코로나19 기세 속 극장이 다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 18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313명으로 급증했다. 3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집단감염이 본격화됐던 지난 8월 29일 이후 81일 만이다.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하면서 극장은 지난 7일부터 해제했던 ‘좌석 띄어 앉기’를 12일만에 다시 시행하게 됐다.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되면서 극장은 차츰 정상화되는 듯 보였지만 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12월 개봉을 앞둔 신작들이 직격탄을 받게 됐다.

■ 띄어앉기 다시 시작..좌석 가용률 떨어진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비롯한 극장들은 일행 간 거리두기인 ‘좌석 띄어 앉기’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CJ CGV는 영화 예매창에 “타 고객과 연접되지 않도록 좌석을 선택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공지했다. CGV는 좌석 간 ‘1-2-3-2-1’ 단위로 조정했고 .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2-1-2-1’의 구도로 일행 간 띄어 앉기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극장가는 좌석 띄어앉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앞서 멀티플렉스관들은 좌석 가용률을 70%선까지 유지했지만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가용 좌석을 50%로 줄였던 바 있다. 운영할 수 있는 좌석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익은 크게 떨어졌고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행을 택하는 등 극장의 악순환은 계속돼 왔다. 기나긴 보릿고개 속 극장은 불가피한 상영 축소와 희망퇴직 등 비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극장은 9월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9월 극장 관객 수가 299만 명으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80%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까지 관객수는 4986만명, 매출액은 42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하지만 10월 추석 연휴를 맞아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고 총 월 관객수는 463만3604명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도 415억원으로 전월 대비 59.5%(155억원) 증가했다.

조금씩 탄력을 받기 시작한 극장가였던 만큼 다시 시행된 띄어 앉기 조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운영 좌석을 줄임에 따라 좌석 가용률은 60~7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까지..12월 기대작 어쩌나

앞서 10월 개봉 편수 증가로 극장이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자 12월 개봉을 예정했던 기대작들 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오는 24일 개봉을 확정한 ‘이웃사촌’이나 내달 10일 개봉하는 멜로 영화 ‘조제’는 예정대로 개봉을 진행한다. 두 작품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투자·배급을 맡았던 바다. 그러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최근 한국에서 관련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며 ‘이웃사촌’의 배급은 리틀빅픽처스가 맡게 됐다.

박보검, 공유 주연의 ‘서복’(CJ엔터테인먼트)은 12월로 개봉을 예정하긴 했으나 날짜를 두고 고심 중이다. 코로나19 변수로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개봉일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룡과 염정아 주연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내달 중 개봉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인만큼 관객 동원이 절실하다. 당초 올해 개봉을 예정했던 안중근 열사의 뮤지컬 영화 ‘영웅’(CJ엔터테인먼트)은 최종적으로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 속 극장가가 다시 시름을 앓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지침을 따르는 게 당연하지만 다시 줄어드는 관객수도 근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사진=CJ CGV,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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