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일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며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24일 0시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며 방역 강화에 나섰다. 지칠 줄 모르는 코로나19 기세 속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할 다양한 영화가 찾아온다. 사회적 약자를 내세운 이 영화들은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들의 모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며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놓인 관객들을 위로하고 때로는 웃음을 줄 전망이다. 앞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약자들의 연대를 다루며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관객의 지지를 받은 가운데 다양한 주인공들을 내세운 영화들이 속속들이 개봉하는 추세다.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조제’

‘조제’는 국내 대중에게도 익숙한 동명의 일본영화를 한국 작품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다음 달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제는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휠체어를 타고 나가 바깥 세상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속에 살고 있는 조제는 어느 날 영석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조제’는 장애라는 벽을 허물고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의 모습을 비춘다. 세상이 말하는 평범한 연애와는 사뭇 다르지만 장애, 불안정한 미래 등 평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꽃피우고 또 갈등을 겪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조제 역을 연기한 한지민은 하반신 장애 캐릭터에 익숙해지기 위해 집에서도 휠체어를 사용했다. 한지민은 “최대한 능숙해지기 위해 조제의 휠체어를 받아 집에서 계속 움직여보기도 했다. 맨 처음 바닥에서 몸을 이용해 이동할 때는 자꾸 뼈가 닿아 아팠다”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종관 감독은 ‘조제’에 대해 “캐릭터로 보면 안개 속에 사는 삶에서 서로를 꽉 끌어안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며 “그러면서 스스로를 더 아끼고 알아가게 되는 그런 두 사람이 또 좋은 식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라고 설명했다.

■ 경제적 약자 다룬 ‘힐빌리의 노래’

지난 11일 극장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경제적 약자를 다룬 영화다.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조우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드라마다. 낙후된 공업 지역에 거주하는 백인 소외 계층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미국 지식인 사회를 들썩이게 한 화제작 J.D. 밴스의 동명 회고록이 원작이다.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스, 게이브리얼 배소, 헤일리 베넷, 프리다 핀토가 출연한다.

힐빌리는 미국 애팔래치아 산지의 사투리 민요이자 이 지역 백인 노동 하층민을 일컫는 별칭이다. ‘산구석 촌놈’ ‘시골뜨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 공업지대가 ‘러스트벨트’(녹슨 지대)로 전락하며 공동체와 가족은 붕괴된다. 원작은 이 지역에 사는 백인 노동자들의 가족 붕괴와 빈곤층의 대물림되는 무기력 등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출간 당시 뜨거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러스트벨트’ 지역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다.

‘힐빌리의 노래’는 영화는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음에도 인턴자리를 구하지 못해 안달 난 제이디이의 모습과 가난한 악몽에 시달리는 어린 제이디이의 모습이 교차된다. 경제적 추락과 가족 안전망이 해체되면서 오는 불안과 폭력을 이겨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 존재감 제로 고등학생이 달라졌다..‘프리키 데스데이’

‘겟 아웃’ ‘어스’ ‘해피 데스데이’ 등 독특한 호러물을 선보인 블룸하우스의 신작 ‘프리키 데스데이’는 평범 이하, 존재감 제로 고등학생 밀리(캐서린 뉴튼)가 우연히 중년의 싸이코 살인마(빈스 본)와 몸이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개봉 2주 차에도 정상을 유지 중이다. 오는 2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존재감이 전혀 없던 밀리가 살인마와 하루아침에 몸이 바뀌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그녀의 탈을 쓰고 살인을 이어가는 그를 저지하고 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담아낸다.

학교에서 그림자 취급을 받던 밀리가 살인마와 몸이 바뀌게 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밀리의 주변 친구들 역시 사회적 편견에 맞선 인물이다. 성소수자, 유색인종이지만 무조건적으로 희생당하지 않는 모습으로 기존의 클리셰를 깬 신박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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