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영화로 만들면 1,000만 관객은 거뜬히 넘을 것 같다. 정치계를 막론하고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사람들은 영화 ‘내부자들’ ‘광해’ 등을 떠올리며 현실과 비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관계는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대사의 영화 ‘아가씨’로 패러디됐다. 한참 전 방송됐던 드라마 ‘밀회’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 도플갱어로 불리고 있다. “한 편의 영화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최순실 게이트’와 닮은 꼴의 영화, 드라마 장면을 추렸다.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하선 역의 이병헌

2명의 왕 ‘광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왕이 독살 위기에 놓이자 천민 하선(이병헌)이 왕의 대역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하선은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말솜씨로 왕의 흉내를 완벽하게 냈다. 하선은 허균의 지시 하에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배웠다. 이 장면은 권력 1순위라 불리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부터 의상과 각종 소품 등 외양까지 살피는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최순실 게이트’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탄핵, 하야(下野) 등을 주장하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도 재조명됐다. ‘광해’는 2012년 개봉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이 많았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영화 관람 후 SNS에 “백성이 원하는 진짜 왕이었지만 궁궐을 떠나야 했던 하선을 보며 노 대통령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 국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많이 생각하게 해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 영화 '내부자들'이강희 역의 백윤식

네버엔딩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은 여전히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그렸다. 언론과 재벌, 정치인들이 협업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 호평을 샀다. 극중 조국일보 주필 이강희(백윤식)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의 뒷거래 판을 짜며 여론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와 오버랩 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장훈 검사(조승우)와 안상구가 베일에 가려진 거대 권력과 맞붙는 모습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파헤치는 이들과 닮아 보인다. 최순실 사태와 별개로 영화 속 이강희의 대사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이 현실을 한바탕 휩쓸고 가기도 했다. 지난 7월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일로 파면 당했다. SNS에서는 최순실 사태를 통해 ‘내부자들’과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이 증명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 드라마 '밀회' 정유라 역의 진보라

도플갱어 ‘밀회’
우연이라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비슷하다. 2년 전 전파를 탔던 드라마 ‘밀회’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 논란과 흡사할 뿐 아니라 등장인물 이름까지 똑같아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극중 정유라(진보라)는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음대 피아노과에 입학, 부족한 출석 일수와 과제에도 B학점을 받았다. 무당인 엄마는 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의 주식투자를 점치며 권력자로 군림했다. “최순실, 정윤회 주변의 점쟁이 뜻에 국사가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발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는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했다. 출석일수 부족과 과제물 부실에도 B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순실은 제적경고를 준 딸의 교수에게 “교수 같지도 않고 이런 뭐 같은 게 다 있냐”고 폭언을 퍼붓고 지도교수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유라가 과거 SNS에 남긴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발언은 모두에게 씁쓸함을 안겼다.

사진=‘광해’ ‘내부자들’ ‘밀회’ 스틸컷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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