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올해는 개그우먼 김민경에게 특별한 한 해다.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맛녀석)에서 파생된 유튜브 콘텐츠 '오늘부터 운동뚱'(운동뚱)이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근수저' '민경장군' '태릉이 연예계에 빼앗긴 운동천재'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이에 대해 김민경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번도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 인기 실감하나.

"'운동뚱'이라는 프로그램하면서 관심을 받고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정말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옛날보다 인기가 많아져서 내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광고도 찍으면서 확실히 옛날보다는 인기가 많아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 그야말로 '운동뚱'이 터닝포인트가 됐을 것 같은데.

"'개그콘서트'로 시작해서 상도 받고 달려왔지만 나한테 고정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 '맛녀석'을 만나면서 고정을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매년 '올해만 같아라'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가 좋으니까 내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마흔에 '운동뚱'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정말 하기 싫었지만 막상 해보니까 자존감이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

- 어떤 부분에서 자존감이 높아졌나.

"'맛있는 녀석들'을 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생각이 많았는데 '운동뚱'으로 내가 어느 정도 보답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뷰가 백만이 넘고 하니까 사람들은 우리가 운동하길 기다렸나 싶더라."

- 처음에는 하기 싫었다고 했는데.

"처음에 헬스 할 때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출연을 약속했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하고는 있지만 거기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만 더 버티자고 생각하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오라고 하고 계속 다른 운동을 시켜서 당황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안 한다고 하고 실랑이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운동하면 잘한다고 해주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게 생소하지만 배우는 재미가 있다."

- 결국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됐나.

"운동의 매력도 있지만 내가 하는 운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평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내가 한 번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필라테스 하면서부터 많은 댓글을 봤고 SNS로 DM(다이렉트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언니로 인해 저도 용기를 냈어요' '저도 운동 시작했어요'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나로 인해 힘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

- 스스로 새로운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나도 나를 아직 다 모른다(웃음). 나는 정말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많이 해주더라. 그런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긴다. 위로도 받고 응원도 받는다."

- 이전과는 다르게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추가됐는데.

"요즘 정말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보이든 신경 안 쓰고 운동을 하지만 처음에 헬스 할 때는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살이 안 빠졌다. 사람들은 운동을 시작한 걸 아니까 살 빠진 거 아니냐고 묻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얼굴이라도 작아 보이려고 경락을 받았다. 그러니까 다들 살 진짜 빠졌다고 해줘서 으쓱했는데 몇 번만 그렇고 그 후엔 다시 돌아가더라. 그래서 다 내려놓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운동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입맛도 떨어졌다. 전보다 덜 먹고 운동은 계속하니 살이 빠졌다. 그런데 얼마나 운동을 안 했으면 이거 조금 했다고 살이 빠지나 싶더라(웃음)"

- 평소에 운동은 꾸준하게 하나.

"'운동뚱' 촬영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데 두세 시간 하면 근육통이 오니까 운동으로 쌓인 건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고 해서 운동을 했더니 더 쌓였다. 그래서 나는 쉬어줘야 다음 운동을 했을 때 정상 컨디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운동을 안 한다. 그런데 최근에 '마녀들'이라는 야구를 하게 되면서 일주일에 총 두 번 운동을 하게 됐다."

- 요즘 20대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항상 강의 요청을 받아도 내가 뭐라고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있을까 싶어서 잘 안 했다. 그런데 그저 내가 걸어왔던 길을 걷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너 개그우먼 되고 싶어? 그러면 이 끈 놓지 말고 꼭 붙잡고 있어. 그럼 뭐라도 돼'라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을 악착같이 믿었다. 내가 지금 잘 안되더라도 이 끈을 잡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조금씩 왔다. 누군가 나를 불러주고 제안을 해주는 거에 대해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나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길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그 끈을 놓지 말고 붙잡고 있기를 바란다. 내가 21살에 서울에 올라와서 지금 20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돌아오긴 했지만 그러면서 얻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다 헛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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