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백신, 연말까지 3000만 명분 확보 예정…국내 치료제, 연내 사용 승인 가능성↑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은 23일(현지시간) 공동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중간분석 결과 평균 70%의 면역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3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치료제와 백신 확보를 위한 국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화이자 백신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내달 1일, 14일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도 코로나19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 공급 전망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을 3000만 명분까지 확보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12월 초 발표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과 관련해 “연말까지 3000만 명분은 충분히 계약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15일 국무회의에서 1단계로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 명분에 대한 백신을 확보하는 것을 확정했고, 이에 대한 선입계약을 할 수 있는 예산도 확보해 백신 도입을 계속 추진해오고 있다”며 “12월 초 정도에 협상내용을 정리해서 확보하는 백신의 종류나 물량에 대해 국민들께 설명드릴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제 백신협약인 코백스를 통해 1000만 명분에 해당하는 백신은 확보를 완료한 상황이며, 개별 제약사와의 접촉을 통해 2000만 명분을 각각 확보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특히 1000만 명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 접종을 위해 공급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협력의향서에는 'AZD1222'의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글로벌 공급,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역량 확대, 국내 공급 노력을 통한 보건 향상 등의 3자간 협조 내용이 담겼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결과 발표에 비해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지만 보관 및 유통이 편리하고, 1도즈(1회 접종분)당 가격이 4 달러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은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면역 효과가 평균 70%로 분석됐다.

이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고 환경과 비슷한 섭씨 2∼8도에서 최소 6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는 그러나 백신 투약 방법에 따라서는 면역 효과가 화이자나 모더나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소 한달 간격으로 각각 1회 분량의 백신을 접종할 경우 면역 효과는 62%에 그쳤지만, 첫 번째는 백신 1회분의 절반 용량만, 두 번째는 1회분 전체 용량을 투약할 경우 예방 효과는 90%로 상승했다. 이를 평균하면 면역 효과가 70%라는 설명이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16일 3상 임상시험 분석 결과 자사 백신의 예방 효과가 94.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감염 예방효과가 95%에 달한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한 뒤,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계속

해외 백신 확보뿐만 아니라 국내 백신 개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 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의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최종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안전성과 유효성의 확실한 검증을 목표로 진행한 ‘NBP2001’ 비임상 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확보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IND 승인에 따라 즉시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비록 1상이긴 하지만 국내 백신의 자체 확보를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개발 노력이 진행되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NBP2001’ 외에도 지난 5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가적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비임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GBP510은 재조합 항원 단백질 방식이 아닌 다른 백신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승인은 기존 제넥신(DNA 백신), 미국 이노비오(DNA 백신)에 이어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3곳으로 늘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 신약 'CT-P59' 상업 공급 가능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 셀트리온 제공

 

국내 치료제 연내 사용 승인 예상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는 백신 보다는 더 빠른 속도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2일 “치료제는 국내 확보가 해외 수입보다 빠를 것으로 본다”며 “특히 항체 치료제의 경우 한국의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는 이르면 연내 사용승인을 받고 내년 초 공급에 들어갈 전망이다. 긴급사용승인은 긴급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약품을 판매·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셀트리온은 빠른 속도로 임상 2상 환자 수를 채우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1일 기준,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신약 임상 2상 등록 환자는 300명 중 222명이 모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국내 27명, 해외 195명 등으로 구성된다. 해외에서는 루마니아에서 대부분 환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체는 미국 일라이 릴리, 리제네론과 한국 셀트리온, 영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기업이 대표적이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FDA로부터 잇따라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만큼 개발에 가장 앞서 있고, 셀트리온이 바로 뒤를 잇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셀트리온은 이미 올 연말까지 10만명 분을 목표로 항체치료제 생산에 돌입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최대 150만~200만명 분량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조건부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셀트리온이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를 만들어 놓고 있어 (최근 확진자 발생 추이를 감안할 때) 국내용으로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생산 모습.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23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으며 모두 10건의 사용승인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또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분획해 만드는 혈장치료제 `GC5131A`을 개발하고 임상시험 중이다. 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혈장 수급 또한 최근 단체 혈장공여가 이어지며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GC녹십자는 지난 8월 임상 2상을 허가받은 후 두 차례 추가로 혈장 치료제 GC5131A를 생산했다. 1차 생산에서는 60리터, 2차와 3차 생산에서는 각각 240리터를 생산했다. 1차 생산량은 대부분 임상시험에 사용됐으며 2차 생산은 치료목적사용을 위해 생산됐다.

현재 GC녹십자는 중앙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2개 병원에서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먼저 했다하더라도 우리가 개발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치료제 백신 확보를 위해 후속 개발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