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오달수가 약 3년만에 영화 ‘이웃사촌’(25일 개봉)으로 관객을 만난다. 지난 2018년 초 ‘미투’ 의혹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한 오달수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거제도로 거처를 옮겨 가족과 생활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선 오달수는 칩거생활을 ‘귀양살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살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돌아보니 귀한 시간이었다. 스님들이 면벽 생활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오달수는 또 대중의 불편한 시선을 이해한다며 “그런 시선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영화를 홍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 중 제1 야당 총재 이의식 역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오달수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거운 듯했다.

-약 3년 만에 대중 앞에 섰는데 소감은.

“많이 떨리고 겁난다. 낯설고 두렵다. 개봉날이 정해진 상황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기대되기도 한다. 그런 일(미투 논란)이 있고 영화 개봉도 불확실해지다 보니 이렇게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 적도 없던 것 같다. 개봉을 하게 돼 정말 다행이다.”

-대중 앞에 서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 않나. 영화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다. 최대한 두렵고 떨리더라도 영화를 촬영했으면 홍보를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이웃사촌’이라는,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작품과 관계자 분들에게 개봉에 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원하신다면 적극적으로 해드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 아닐까 싶어 나오게 됐다. 무섭고 두렵지만 할 몫은 해야 하니까. 그 마음이 가장 크다.”

-3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거제도에 내려가 생활했는데.

“내게는 가장 귀한 시간이었을수도 있다. 정말 단순하게 살았다. 스님들이 왜 면벽수행을 하는지 이유를 알겠더라. 매일 눈뜨면 농사를 지었다. 복잡한 생각을 3년 정도 싹 들어내고 비우고 생각 없이 살았다. 연기에 대한 그리움? 왜 없었겠나.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다. 일 년에 많이 쉬어봤자 두 달이었는데 이렇게 긴 시간을 현장을 떠나 있으니 너무 그리웠다.”

-‘미투’ 논란에 대한 억울함은 없나.

“시간이 이미 지나가버렸고, 억울했다면 그때 얘기했어야 한다. 지금은 말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큰 데미지를 받은 게 처음이었다. 여자한테 사랑을 고백했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숨을 가다듬는 것뿐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누군가와 맞서 싸울 건 아니었다.”

-극 중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이 강했던 시대의 야당 대표 이의식을 연기했다. 故(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데.

“아무래도 실존 인물에 대놓고 그 시대가 배경이다 보니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실까 봐 부담이 컸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휴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던 시대에는 다들 한 번쯤 최루가스를 냄새를 맡아봤던 시대다. 87학번 세대들은 다 느끼는 세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특별히 뭘 준비를 할 필요는 없었다.”

-올바른 모습의 정치인을 연기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오달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아무래도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얼마나 지나야 그런 것들이 지워질까 싶지만 재단해보지는 않았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나.”

-시간이 흐른 뒤 이 작품을 돌이켜보면 어떨 것 같나.

“배우로서 또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잊지 못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내게는 따뜻하고 고마운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주변 제작사나 이환경 감독님도 계속 위로하며 따뜻하게 안아주시니까.”

-관객들이 ‘이웃사촌’을 어떻게 봤으면 하나.

“정치적인 색깔보다는 폭압적인 시대에 사람으로 숨 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웃음은 김병철, 조현철이 책임지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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