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럭키 몬스터’는 신박하고 대담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살아있다. 로또에 당첨된 ‘어른아이’ 맹수(김도윤)가 광기를 드러내며 자신을 옭아맨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 잔인한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만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다.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가 이문이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폭주극이다.

주인공인 도맹수는 어른답지 않은 어수룩한 인물이다. 녹즙기 판매원인 그는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며 산다. 빚 때문에 성리아까지 곤경에 처한다고 판단한 도맹수는 위장 이혼을 감행한다. 혼자 외로운 삶을 이어가던 맹수는 자신을 괴롭히는 환청 럭키 몬스터의 시그널로 로또를 하게 되고 1등에 당첨된다. 하루아침 만에 떼부자가 된 맹수는 아내 리아를 찾아 나서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당첨 사실을 안 것 마냥 다시 집에 돌아오지만, 어딘지 모르게 행동이 수상쩍다. 아내를 의심할 무렵 아내는 또다시 가출한다.

영화 '럭키 몬스터' 리뷰.

맹수는 점점 난폭해지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도맹수는 자신을 억압하는 이들을 처단하며 광기를 드러낸다.

‘럭키 몬스터’는 한 인물의 광기와 폭주, 그리고 살인 등 어두운 설정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게 깔려진 블랙 코미디의 색채와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시시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메가폰을 잡은 봉준영 감독이 “이 영화는 캐릭터 영화”라고 밝힌 것처럼 캐릭터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봉 감독은 컬러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인상과 감정을 드러내고 감정의 변화까지 표현한다. 어수룩했던 도맹수에게는 초식동물을 의미하는 녹색 컬러를. 성리아는 인물에 따라 변화하는 색상을 사용했다.

여기에 모호한 꿈과 현실의 경계와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점 역시 이 영화의 묘미다. 맹수의 곁에서 상황을 MC처럼 묘사하는 럭키 몬스터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둔 배우는 김도윤이다. 늘 자신감이 없고 10대 청소년에게도 맞는 맹수가 로또 당첨 후 광기를 드러내며 폭주하는 과정을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트램펄린에서만 날아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아내를 위해 ‘액션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맹수의 심리를 흡입력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보디가드 역으로 활약한 장진희 역시 특유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극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럭키 몬스터로 분한 박성준의 생동감 넘치는 대사 전달력과 표정 연기도 볼만하다. 러닝타임 92분. 12월 3일 개봉.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