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마라도나, 26일(한국 시각) 심장마비로 사망
현대 축구 지배한 진정한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운데 위)가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초등학생 어린 시절 우연히 아버지께서 축구 경기를 보는 모습을 보고 옆에 앉았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출전한지도 몰랐고, 축구 룰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국은 졌고, 아버지께서는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고 말씀하셨다. 작지만 몸이 매우 단단해 보이고, 공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선수. 바로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세상을 떠났다. 60세의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슬프면서 여러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는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 악동으로서 참 많은 '이슈'를 남긴 인물이다. 그래도 그가 가진 축구 능력에 대해서 물음표를 다는 사람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특별했으니까.

마라도나는 고착화 되던 축구에 큰 변화를 준 슈퍼스타다. 축구는 1960~1970년대 초반까지 개인기 위주의 팀 시스템이 대세를 이뤘다. 4-2-4 같은 공격적인 전형을 쓰는 팀들이 많았고, 골도 많이 터졌다.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포메이션 3분화가 더 아래로 중심을 잡았다. 허리가 탄탄한 팀이 힘을 냈고, 모든 선수들이 더 많이 움직이면서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하는 토털사커가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1980년대 초반에도 팀 조직력이 강조됐다. 신체조건이 좋고 조합을 잘 이루는 유럽 팀들이 최고 자리에 섰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축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말도 안 되는 개인기를 갖춘 그는 조직력이 좋은 유럽팀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새로운 축구 지배자로 우뚝 섰다. 희소성이 있는 왼발을 사용하고, 공이 마치 발에 달라붙은 것 같은 근접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들을 추풍낙엽으로 만들었다. 게다 단순히 발로 하는 개인기만 좋은 게 아니었다. 축구 지능과 경기 흐름을 바꾸는 마법사 같은 능력도 보유했다. 개인기를 평가할 때 논하는 '3B'(브레인<Brain>, 볼 콘트롤<Ball control>, 보디 밸런스<Body balance>가 완벽한 진정한 '축구 괴물'이었다.

마라도나(왼쪽에서 두 번째)가 1986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당시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한국의 일명 '태권도 축구'를 제압하며 아르헨티나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연합뉴스

마라도나의 등장 이후에 축구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슈퍼 개인기'를 갖춘 선수를 동경하며 많은 꿈나무들이 성장했고, 멋진 기술과 그 기술을 막기 위한 전쟁이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졌다. 루마니아의 전설 게오르규 하지부터 오늘날의 리오넬 메시까지. 이제는 어렵지 않은 기술로 여겨지기도 하는 '팬텀 드리블'도 알고 보면 마라도나의 '근접 드리블'이 기초가 되어 만들어졌다. 어쨌든, 마라도나의 존재로 다시 개인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팀 시스템과 어우러져 축구 자체가 더 발전하고 재밌어졌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축구계 명언이 있다. 하지만 그 명언을 바꾼 인물이 바로 마라도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팀과 리그 더 나아가 축구 자체를 지배했던 괴물. 메시의 말처럼, 그는 떠났지만 영원히 축구팬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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