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국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다시 2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가상통화(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이미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IT업체 등과 외부협력을 강화하고, 내부 기술력 강화 및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디지털에셋은 국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업인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설립한 디지털자산 관리기업이다.

국민은행은 향후 가상자산과 게임 아이템, 디지털 운동화, 예술 작품, 부동산 수익증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자산의 범위가 확대되고 서비스들이 가시화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자산들이 디지털화되면 이들 자산의 안전한 보관, 거래 및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니즈가 생겨날 것이란 판단 하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을 통해 한국디지털에셋을 디지털자산 시장의 은행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지난 7월 은행들에게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허용했으며, 최근 동남아시아 최대은행인 DBS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은행들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앞두고 있으며,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검토하는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디지털자산 시장의 생태계를 만들면서 시장 참여자들과 혁신 서비스를 발굴해 성장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CBDC 도입 검토에 발맞춰 LG CNS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플랫폼 시범 구축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함께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의 ▲발행/유통 ▲충전/결제 ▲환전/정산 등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모델을 구축해 주요 기능을 검증하고, 시중은행과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이후 자금 흐름에 의해 발생되는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자체적으로 보유한 블록체인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반 자격 검증 서비스와 정책자금 대출 서비스, DID(분산ID) 인증, 개인키 관리 서비스 등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9월말 블록체인 보안기술을 적용한 전자증명서를 NH스마트뱅킹에서 발급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농협은행은 행정안전부와 맺은 전자증명서 이용 활성화 협약을 통해 전자문서지갑을 통한 전자증명서 제출 및 수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은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와 함게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공동대응을 위한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의 보관 및 관리를 위한 수탁서비스(커스터디) 서비스, 블록체인 보안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서비스 개발 및 출시를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장승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협약사들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상자산 사업자)를 '금융회사'로 보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 규제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금법을 통해 가상통화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됨에 따라, 업계에선 관련 디지털자산 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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