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다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 ‘콜’은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과거를 바꾸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을 촘촘하게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동안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외피는 같지만 스릴러와 공포를 덧입혀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집착과 광기를 그린다.

2020년에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은 어린 시절 화재사고로 잃은 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김성령)와 살고 있다. 투병 중인 와중에도 자신을 치장하는 엄마가 미운 서연. 오랜만에 다시 집집으로 돌아온 서연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이란 이름의 낯선 여자와 전화를 하게 된다. 영숙은 자신이 엄마에게 학대를 받는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집주소를 부른다. 그러나 영숙이 부른 주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다. 서연은 영숙이 과거 자신과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콜' 리뷰.

서연과 영숙은 전화 한 통으로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영숙은 과거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서연의 아빠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서연은 엄마에게 살해당하는 영숙의 운명을 알려준다. 그러나 서로의 과거와 미래를 바꾼 두 사람의 우정은 악연으로 바뀌게 된다.

‘콜’은 시간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오컬트,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시간여행 영화가 주로 답습했던 논리나 규칙을 설명하지 않는 점 역시 이 영화의 장점이다. 설명 대신 바로 본론에 도입하며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과거가 바뀐 서연이 맞이한 현재, 영숙의 미래 등 시간을 넘나든 대가로 얻은 서스펜스와 기교를 영리하게 풀어낸다.

타 영화 속 연쇄살인마나 악마성을 지닌 인물이 남성으로 한정됐다면 ‘콜’은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극악무도함을 극대화하며 신선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다만 폭주하던 영화가 후반부 드러나는 모성과 반복되는 설정으로 자칫 브레이크를 잡으며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은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스릴러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적 쾌감을 주기 위해 달리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광기가 가득한 영숙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극강의 공포감을 선사한다.

서연과 영숙을 연기한 박신혜와 전종서의 광기 대결도 볼만하다. 박신혜는 서서히 미쳐가는 서연을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얼굴로 표현해낸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영화계의 주목할만한 신인으로 꼽힌 전종서는 광기로 일그러진 영숙을 소름 돋는 연기로 소화한다. 광기와 집착, 살인에 얼룩진 캐릭터를 오점 없는 연기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잔상을 남긴다. 러닝타임 112분. 15세 관람가. 넷플릭스 27일 개봉.

사진=NEW·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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