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꾸준히 한 우물만 팠더니 물을 만났다. 영화 ‘26년’(2012) ‘곡성’(2016)에서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펼쳤던 김도윤은 올 여름 개봉한 ‘반도’에서 강동원의 매형 역으로 ‘신스틸러’로 급부상했다. 첫 주연작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는 제대로 진가를 발휘한다. 극 중 ‘어른아이’같은 맹수 역을 맡아 어수룩한 모습부터 광기 어린 서늘한 면모까지 이중적인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를 펼쳤다.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해 좌절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일어섰다는 김도윤은 “관객들이 내 얼굴을 90분 동안 보려면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럭키 몬스터’ 출연 과정이 어떻게 되나.

“봉준영 감독이 내 전작 ‘곡성’을 보고 연락했다. 원래 나홍진 감독의 팬이기도 했고 그 영화에서 내 캐릭터를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특이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영상화를 시킬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있었다. 내가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

-맹수는 초반에 어수룩하다가 로또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한 아내를 찾으며 광기를 띤다. 전사가 궁금한데.

“리아(장진희)와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내가 생각했던 도맹수라는 캐릭터는 성인이 덜 된, 아이같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한 유아성이 남아있는 캐릭터다. 그런 인물이 성리아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게 집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여성으로서 사랑하는 느낌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현 사회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봉준영 감독의 경험도 녹아있다던가.

“처음에는 감독님의 희망이 비어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웃음) 하지만 만나서 얘기해보니 감독님의 상상력이었다. 돈이 초능력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더라. 거기서 파생된 상상이었다. 사실 돈과 권력은 따라붙는 공식이 있다고 본다.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감독님과 현장에서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우리 영화가 권선징악 메시지가 아니고 장르물인데다 특이하다보니 보는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관객들이 맹수를 비호감 캐릭터로 느끼지 않게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도덕적으로는 나쁜 캐릭터이지만 비호감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는 90분동안 관객이 내 얼굴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영화에서 이렇게 내 얼굴이 많이 나온 적이 없는데 관객이 지치면 안 되니까. 러블리하게 연기하려고 했다기보다 맹수가 처한 상황을 보는 게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리아에게 욕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는데.

“원래 ‘도맹수가 좌절한다’ 정도의 대사가 있었는데 장르영화다 보니 관객들에게 쾌감을 줘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한 번에 확 뒤집을 수 있는 대사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내가 욕한 장면을 안 쓰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는 지금 버전이 쓰이게 됐지만. 이 외에도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애드리브가 많다.”

-초반 맹수의 모습처럼 자신감이 실추된 경험이 있나.

“매번 좌절했다가도 용기를 내는 스타일이다. 무시 당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지 않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 됐을 때는 ‘내가 무시당한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상업영화 데뷔를 늦게 한 편이다.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다들 힘든 상황에서 나 혼자 힘들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 역시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 있고, 학생들을 가르쳐본 적도 있고, 가르치다 잘린 적도 있고 그렇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적성에 안 맞더라. 대리운전도 해보고, 택배 상하차도 해봤다. 누가 물어보면 나는 항상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지금도 힘든 부분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진=영화사 그램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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