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 바이오 계열사 잇단 상장 돌입
LG, 신약개발 등 R&D 속도
현대, AI·빅데이터 활용 스마트 의료 공략
SK바이오팜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한 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속도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위탁생산(CMO)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은 제약·바이오 부문 신임 사령탑을 임명하는 등 바이오 신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바이오 사업에 닻을 올렸지만 아직 두 회사와 비교했을 때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SK 바이오 계열사 잇단 상장 기대…코로나 백신 등으로 주목

3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1일 한국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 받은 한국거래소는 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45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거래소 승인 후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에 입성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IPO를 위해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IPO 도전은 SK 그룹 바이오 계열사로는 두 번째로 SK바이오팜이 지난 7월 ‘따상’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3조원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및 자체 개발 결과에 따라 몸값이 더 뛸 가능성도 점쳐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 복지부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후, 지속적으로 위탁 생산 물량, 비용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왔다. 또 지난 8월 노바백스와도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을 체결, 현재 생산을 진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CMO 사업가치만 약 1조7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CMO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의 임상1상을 승인받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전문기업이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SK케미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SK케미칼은 98.04%를 가진 대주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SK케미칼의 보유 지분 가치 증대가 예상된다.

이렇듯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SK의 제약바이오사업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대를 이어 30여 년을 투자한 끝에 얻은 결실이다.

지난 1993년 최종현 회장은 화학에너지 사업의 뒤를 이을 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에 주목했고, ‘P(파마슈티컬: 의약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의 바이오 뚝심으로 꾸준한 노력 끝에 잇단 신약과 백신 개발, 상장 대박 등의 결실을 본 것이다.

 

강창율(왼쪽)셀리드 대표와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이 지난 10월 5일 LG화학 마곡 R&D캠퍼스에서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위한 MOU 체결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 차세대 먹거리 ‘바이오’ 낙점…신약 개발 등 주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실패"를 적극 권장하며 ‘바이오’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부문 분사를 결정하면서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신약 개발 등 바이오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지난 26일 실시한 정기인사에서도 여실히 들어났다.

LG그룹은 최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손 본부장의 사장 승진이 바이오 사업 육성에 역점을 두겠다는 구 회장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본다.
 
손 신임 사장은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서울대병원 내과 전문의,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신약 물질탐색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및 한미약품 CMO(Chief Medical Officer) 등을 경험한 의약 사업 분야 전문가다.
 
LG화학에는 지난 2017년 생명과학사업본부장으로 보임해 최근까지 사업 체질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유전성 비만 치료제·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등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약의 임상을 진행하며 파이프라인도 강화했다. 또 바이오 벤처기업 셀리드·스마젠 등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생산, 상업화 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는 지난 1979년 세운 ‘럭키중앙연구소’가 제약바이오 사업의 모태로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에 눈을 떴다. 하지만 2002년 지주사 설립 등 그룹 내 사업 재편과 맞물려 LG생명과학을 독립시켰다.

LG생명과학은 2017년부터 LG화학으로 다시 흡수합병됐고,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가 기존의 LG생명과학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매출은 합병 첫 해인 2017년 5485억원에서 2018년 5711억원, 지난해 62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계 매출은 4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고 영업이익은461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는 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국내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한 국내 대표 신약이 됐다.

LG는 2003년 4월 LG생명과학이 만든 '펙티브'가 국내 신약으론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 우리 기술·과학으로 신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바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4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 후보물질 15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며, 2030년에는 바이오에서 매출을 3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 측은 “현재 신약 후보물질 40여 개 중 다양한 후보물질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약개발 성과 창출을 위해 자체 R&D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 2018년 8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과 손잡고 의료 빅데이터 신사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AI·빅데이터 활용… 스마트 의료 시장 노려

바이오 후발주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은 두 그룹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카카오 등 우리나라 최고 의료기관과 플랫폼 회사를 양축으로 스마트 의료 사업에 힘을 낼 전망이다.

특히 신약개발 초기단계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인공지능(AI), 의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바이오 사업에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사회는 최근 ‘미래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정기선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바이오와 AI, 수소·에너지를 그룹 신성장동력의 핵심 3대 축으로 내세웠다.

특히 바이오 사업의 일환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018년 8월 서울아산병원,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의료 빅데이터 신사업에 진출을 알렸다. 이들 3개 법인은 총 100억원을 출자해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칭)를 설립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과 플랫폼 개발 및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한다.

또 서울아산병원의 병원운영 노하우와 진료 기록, 전문의의 자문내용 등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구성해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로, 국내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본격적인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 빅데이터 시장은 2023년 5600억원 규모에 달해 2013년보다 약 6.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국내에는 활용 가능한 의료 빅데이터가 부족해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며 "이번 의료 빅데이터 합작회사 설립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내 스마트 의료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대표 의료정보 플랫폼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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