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차기 이사장 후보를 둘러싸고 관피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한국거래소의 차기 이사장 후보를 둘러싸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 일각에선 국내 2000여개 이상의 상장기업 주식 거래를 책임지고 있는 거래소의 수장 자리를 또 다시 관피아(관료+마피아)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전날 이사장 후보 면접심사를 거쳐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거래소는 오는 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안을 결의, 오는 18일 주총을 열고 차기 이사장 선임안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손병두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 후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통이다.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외화자금과장·G20기획조정단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금융정책국장·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다.

현재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앞서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달 1일 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같은 달 13일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선임되면서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달 정지원 이사장이 임기 만료와 함께 손해보헙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옳기면서 거래소는 같은 달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 이사장 모집 공고를 내고 차기 이사장 공모절차를 시작했다.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단독 후보로 결정된 인물이 바로 손 전 부위원장이다.

거래소의 이 같은 행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이하 노조)는 적극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미 지난 달 말 "(손병두) 전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거래소의 차기 이사장 최종 후보가 확정되기 전으로, 다수의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지난 9월 구성된 후추위가 차기 이사장 인선을 두고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이사장 공백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이사장 임기 만료 두 달 전부터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지난 달 중순에야 이사장 후보 모집 공고를 낸 것은 특정인을 내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 1년 5개월 동안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의 추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명단을 비공개로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자본시장을 이끌겠단 포부가 있다면 스스로 당당히 밝히고 검증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노조 측은 거래소의 이사장 후보 추천 절차를 중단하고 재공모를 요구하며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둘러싼 관피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5대 이사장 직을 수행했던 정찬우 이사장 역시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며, 정지원 전 이사장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낸 바 있는 금융위 인사다.

한편,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관피아 인사 바람을 두고 사무금융노조가 일제히 들고 있어났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 모피아 출신 금융기관장들에 대한 노골적 회전문과 낙하산 인사로 국민의 기대를 짓밟고 있다"며 "낙하산 문제를 적폐로 규정하고 바로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연합회는 기재부 관료출신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내정했으며, 생명보험협회장 자리는 보험연수원장을 지낸 정희수 전 의원에게 돌아갔다. 또한 손해보험협회장은 정 전 이사장이 맡았다. 여기에 더해 거래소 차기 이사장직엔 손 전 부위원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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