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럭키 몬스터’(12월 3일 개봉)는 자본주의사회를 향한 풍자와 생존을 그린 작품이다. 돈과 권력의 상호보완적 관계, 약육강식 문제를 독특한 연출로 풀어냈다. 영화는 빚더미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폭주극이다. 항상 억눌려 있던 맹수는 로또에 당첨되고 일확천금을 얻게 되면서 서서히 광기를 드러낸다. 봉준영 감독은 나약한 초식동물에서 포식자가 되어가는 맹수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접목시킨 복합장르로 표현했다. 봉 감독은 “현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은 포식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라며 “총체적 난국이자 비극에서 오는 씁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개봉을 앞두게 됐는데 소감은.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개봉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가 굉장히 독특했는데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양한 계기가 있겠지만 일단 장르물을 하고 싶었다. 납치극, 재납치 쪽이었다가 시나리오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도맹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맹수로 변화한다.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도맹수는 강하고 냉정하고 독립적인 이 사회를 살아가기 적합한 포식자가 된 거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은 이런 포식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닥친 총체적 난국이자 비극이다. 여기에서 오는 씁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럭키 몬스터라는 환청으로 이미지화한게 흥미로웠다.

“사운드적인 것도 있고 내면의 심리와도 관련이 있다. 평소에도 인간의 내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리얼리티만 있는 것보다 환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싶었다. 인물의 변화에 따라 존재감도 커지게 되면서 중반에서 시각화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맹수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미끄럼틀 장면에서 등장하게 됐다.”

-코믹하게 가다가 후반부에는 휘몰아치는 전개다. 톤 조절이 필요했을 텐데.

“한국영화 아카데미 장편과정이다 보니까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 단계에서 영화의 톤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영화의 톤이 확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기 불편할 정도로 선을 넘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초반엔 관객을 이 인물에 몰입시키고, 관객과 접점을 만들려면 유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코믹한 요소를 담았다.”

-맹수는 분노를 억누르다가 내면의 자신을 발견하고 폭주한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많은 작업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사람이 위기에 몰리고 자격지심이 커지다보면 방어벽을 쓸 수 있다. 퇴행도 그 중 하나다. 맹수가 하는 행동들이 다 유아적이다. 아내 성리아에게 안기는 모습도 그렇다. 열등감이나 내면의 위기에 대한 돌파구로서 퇴행성이 있는 캐릭터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본의 아니게 큰돈을 얻게 되는데, 정상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더 광적으로 변하거나 더 본성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설정했다.”

-맹수 캐릭터를 만들 때 참고한 게 있나.

“직장생활을 하든 뭘 하든 사람이 살면서 구박 받을 수 있지 않나. 너무 과장되고 극화되긴 했지만 약간은 직장생활의 경험을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 직장생활을 할 때 나는 돈이 없었고 자연스레 눈치를 보게 됐다. 로또도 해봤지만 당연히 당첨되지 않았다. (웃음)”

-맹수를 이용하는 리아는 고아라는 것 외에 설명이 없다. 어떤 캐릭터인가.

“서로 힘든 상황에서 만나 결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맹수 때문에 지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맹수 자체가 원래 집착하는 캐릭터니까. 두 사람 사이에는 정서적인 유대가 전혀 없을 거라고 봤다.”

-크게 보면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는 약육강식이라고 느꼈다. 온정이 넘치는 사회라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성보다 힘의 논리가 많이 작용하는 냉혹한 세상이라고 봤다.”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원래 영화에 뜻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취업했다. 광고회사에서 4~5년 정도 일했고 대리까지 달고 나왔다. 2014년부터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겨우 살았다. 2015년에 아카데미 정규 과정을 들었고 그 때부터 영화를 팠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영화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저작권이 내게 있고 스토리도 만들 수 있고 배우들도 있고 다 있지 않나.”

-이제 시작인데 연출자로서 영화를 만들며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나.

“내가 좋아하는 걸 넣어서 재미있는 걸 만들고 싶다. 물론 재미라는 게 사람마다 달라서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상업성을 갖고 싶어도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이런 면이 좋았다’라고 관객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사진=영화사 그램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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