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 바이오 M&A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 사례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친 곳도 있지만 실패한 곳도 적지 않다.

 

M&A 성공, 재무구조 개선 및 성장동력 확보 기대

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6월 셀트리온이 첫 대형 M&A를 발표한 이후 양사의 권리 인수가 성공적 협의된 것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6월 다케다로부터 아태지역의 18개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 자산을 총 2억7830만달러(한화 약 3074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싱가포르에 새로 설립한 자회사 ‘셀트리온 아시아태평양’(이하셀트리온APAC)을 통해 이번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

셀트리온APAC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허가·판매에 대한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경쟁력을 유지해온 바이오의약품에 케미컬의약품을 강화,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셀트리온은 자체적인 연구개발(R&D) 역량과 인수하는 물질 특허를 기반으로 서방성 제형, 복합제 등의 개량신약 및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당뇨·고혈압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아태지역 제약바이오 시장의 연구개발(R&D),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도 최선을 다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M&A에서 대표적인 빅딜을 성사시킨 곳은 GC녹십자그룹이다.

GC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GC)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혈액제제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에 GC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2곳을 4억600만 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한 뒤 북미 혈액제제사업을 GC녹십자로 일원화했다.

녹십자홀딩스의 혈액제제 캐다나 생산법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 GCAM 지분 100%를 그리폴스로 양도하는 조건이다.

이는 지난 2018년 한국콜마와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M&A 규모 1조3000억원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규모다. 녹십자홀딩스는 이번 해외 계열사 정리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GC녹십자그룹은 크고 작은 M&A를 통해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녹십자홀딩스의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GC녹십자헬스케어는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인 유비케어를 총 2088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또 4월에는 빅데이터 전문기업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반면 GC녹십자의 자회사 녹십자엠에스는 계륵과 같았던 혈액백 사업을 5월에 매각했다. 한때 혈액백 사업은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회사의 대표 캐시카우였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매출 악화를 지속하자 과감히 정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매각 마무리 단계에 임박한 곳도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이퀴티(IMM PE)에 한국콜마의 의약외품인 치약 사업을 제외한 제약사업부문과 의약품 위탁생산사업(CMO)을 전문적으로 하는 콜마파마 매각을 이달 28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9월 임시주총을 개최, 2개월 가까운 추가 협상 끝에 한국콜마 측과 IMM PE가 연내 매각에 합의했다.

한때 한국콜마가 예정했던 임시주총일(7월7일) 직전에 연기를 결정하면서 매각이 미궁 속에 빠졌다. 일각에선 항공업 등 다른 M&A 딜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매각가는 4517억원으로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부문은 3011억원, 콜마파마는 1506억원이다. 이는 지난 5월 공시한 최초 매각가 5125억원보다 608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당초 매각예상가 금액보다 줄어들었지만 이번 매각으로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 당시, 9000억원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악화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제약·바이오 M&A 실패 사례 이어져

반면 지난 9월에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 무산 소식도 이어졌다.

지난 4개월 간 합병을 추진해오던 에이프로젠 3사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그룹 대표는 지난 9월 9일 사과문을 통해 주주에게 입장을 밝혔다.

에이프로젠 그룹은 지난 4월 상장계열사 에이프로젠KIC를 중심으로 신약개발업체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H&G를 합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합병은 사실상 코스닥 우회상장을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에이프로젠 측의 합병 계획은 금감원의 승인을 얻는데 계속 실패하며 좌초됐다. 에이프로젠 측은 이번 합병 계획 철회의 이유로 금감원이 이번 합병에 가진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에이프로젠은 합병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이 전적으로 회사 측에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에이프로젠은 입장문을 통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및 외부평가의견서를 여러 차례 정정하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회계법인의 평가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금융감독원의 염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저희들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혈관신생 관련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안지오랩도 지난 9월18일 합병을 자진 철회했다. 철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안지오랩은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13호와의 스팩(SPAC)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추진해왔다.

엔에이치스팩13호는 안지오랩의 스팩합병을 위해 2018년 10월 설립된 스팩기업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인수목적회사다. 스팩 기업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그간 합병을 통해 중소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는 한가지 경로로 활용돼 왔다.

안지오랩은 지난 1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 BBB 등급을 획득하는 등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스팩합병을 선택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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