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영화 ‘콜’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속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광기 어린 연쇄살인마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다. 지난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강렬한 연기로 영화계에 데뷔한 전종서는 ‘콜’에서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기존의 작품에서 주로 남성에 국한됐던 살인마를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탄생시키며 보는 이들의 소름을 자아냈다. 전종서는 “영숙은 연기를 하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캐릭터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라고 했다.

-‘버닝’ 이후 차기작인데 ‘콜’을 선택한 이유는.

“책이 정말 좋았고 설계가 잘 돼 있었다.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격차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생동감을 느꼈다. 영숙은 연기를 하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에 이충현 감독의 ‘몸 값’이라는 단편영화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이충현 감독님이 이걸 연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출연하고 싶었다.”

-영숙 역을 연기하며 참고한 캐릭터가 있었나.

“그런 건 딱히 없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나 뮤직비디오를 많이 봤다. 시나리오에 나오지만 서태지의 노래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접했다. 영숙의 많은 부분을 서연(박신혜)에게서 찾았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얽혀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숙이 치킨을 먹는 장면에서 광기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연기하기 힘들었을 장면일텐데.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본을 정말 많이 팠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감독님과 하루 종일 이야기했다. 내 생각과 감독님이 구상한 게 맞는지에 대해 의견을 맞추고 그림을 흡사하게 만들었다. 첫 촬영이 치킨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영숙의 감정이나 모든 상황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했던 신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끌어올렸다. 영숙의 감정이 고조되고 변화하는 것들을 1부터 10까지 숫자로 생각하며 연기했다.”

-영숙이 꼭 한 번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라고 했는데 어떤 매력 때문인가.

“영숙을 칭하는 말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연쇄살이마’라는 수식어가 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한다고 보는 게 상식적인 거지만 연기하는 나는 영숙을 그렇게 보면 안됐다. 영숙의 행동에 타당성을 찾으려고 했다.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콘’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아직 영화 속에는 선역, 악역이 분류되지만 모두 다 캐릭터인 거지 악역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악역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걸 인지하고 영화를 본다면 속도감 있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설득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말 많은 걸 쏟아 부어서 연기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극 중 신엄마(이엘)에게 고문당하는 장면도 힘들었을 텐데.

“많을 조율을 하며 연기했다. 서연과 영숙이 그랬듯이 나와 신엄마 사이에 에너지라는 것도 존재한다. 영숙은 신엄마에게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신엄마 앞에서는 토해내지 않는, 억누르고 억압된 모습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쌓아올린 걸 해제해야 했고. 고문신 촬영은 이틀에 걸쳐서 했다. 서로 모든 감정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장면이 완성됐다.”

-대립 연기를 펼친 박신혜에게 감탄했거나 배우고 싶었던 점은 있었을까.

“난 아직 경험이 너무 없기 때문에 박신혜 선배의 안정감이나 무게감은 어떻게 흉내 낼 수 없다고 본다. 박신혜의 무게감이 영화에서 빠졌다면 이 스토리가 가볍고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숙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했기 때문에 박신혜도 정신적으로 힘들었겠지만 연기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영숙도 일정한 속도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영숙은 서태지의 광팬이다. 서태지 음악은 원래 알고 있었나.

“서태지는 내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열풍을 몸으로 체험하진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접했던 게 제일 컸다. 실제로 내가 그 상황에 있으면 어땠을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에 미쳐있었는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모든 노래마다 가사에 스토리가 있었다. 요즘 나오는 음악에는 스토리가 많이 있지 않는 것 같다. 비트에 치중하는 것 같은데 서태지의 음악에는 감동과 스토리가 있다. ‘울트라맨이야’의 가사를 많이 들었다. 영숙과 어우러졌을 때 주는 징그러움이 있었다.”

-‘버닝’에 이어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버닝’도 에너지를 많이 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콜’과 비슷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들도 많다.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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